우리나라가 미국의 인공지능(AI) 기술 수준을 따라잡는 데 447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AI 개발 업체 AIPRM은 한국이 지난해 수준으로 AI 투자를 이어갈 경우 미국이 2040년에 도달할 기술력을 따라가는 데 이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봤다. 획기적인 투자 확대 없이는 AI 패권국인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대로 가면 미래 경제 안보의 열쇠를 쥔 AI 분야에서의 ‘기술 종속’이 불가피하다는 경고로도 읽힌다.
한국 AI 산업의 현실이 이토록 암울하게 평가되는 것은 다른 국가들보다 현저하게 작은 투자 규모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이 여러 산업 분야와 융합해 일상을 파고드는 와중에 우리 정부의 AI 투자 예산은 최근 5년 동안 103억 달러(약 13조 7000억 원)에 그쳤다. 이는 미국 정부 투자의 3%, 중국의 7%에 불과한 수준이다. 영국이나 인도와 비교해도 한참 모자란다. 정부 예산이 부족하면 민간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촘촘한 규제 사슬과 기업인의 사법 리스크 등 여러 족쇄들이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폐막한 ‘CES 2024’에서 드러났듯이 AI는 미래 기술 경쟁력의 핵심이다. 경제는 물론 군사 안보, 공중 보건 등 모든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핵심 기술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 각국 정부가 사활을 건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가 애플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로 넘어간 것도 AI 역량 차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자칫 투자 시기를 놓치면 ‘AI 대전환’ 흐름에서 영원히 뒤처질 수 있다. AI 기술 종속국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가 시급하다. 정부는 과감한 연구개발(R&D) 예산 투입과 세제·금융 지원,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 혁파에 속도를 내야 한다. 622조 원을 투입하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못지않게 획기적인 AI 육성 계획을 세우고 민관이 원팀이 돼 조속히 실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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