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저비용 항공사인 제트블루와 스피릿항공의 인수·합병이 법원에 의해 막혔다. 법원은 두 항공사의 결합이 안 그래도 심한 항공 업계의 독과점을 더 심화시켜 소비자 피해를 야기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윌리엄 영 매사추세츠 연방법원 판사는 미국 법무부가 두 항공사의 결합을 저지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규모 기준으로 미국 6위 항공사인 제트블루가 7위인 스피릿항공 인수를 추진하자, 법무부는 지난해 3월 경쟁이 줄고 항공료가 인상돼 소비자가 피해를 볼 것이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영 판사는 "스피릿항공이 제공하던 저렴한 요금에 의존했던 여행객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고 판시했다. 또 "항공 산업은 21세기에 이뤄진 일련의 합병들로 인해 현재 소수의 그룹이 막대한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제트블루의 스피릿항공 인수 시 과점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실제로 미국의 4대 대형 항공사(아메리칸, 델타, 사우스웨스트, 유나이티드)의 총 점유율은 약 80%에 이른다. 제트블루 측은 합산 점유율이 8% 미만인 제트블루와 스피릿항공이 합쳐지면 4대 대형 항공사의 시장 지배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정반대의 판단을 한 것이다. 두 항공사 합병 시 그 규모는 미국 내에서 5번째로 커질 예정이었다.
제트블루와 스피릿은 공동성명을 내고 판결에 동의하지 않으며, 다음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사는 "양사의 합병이 더 많은 시장에서 더 많은 고객에게 저렴한 요금과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해 정말 필요한 경쟁과 선택을 확대하면서도 우리가 지배적인 미국 항공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하는 최고의 기회라고 계속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스피릿항공은 47.09% 급감한 7.92달러에 장을 마쳤다. 제트블루의 주가는 4.91% 상승한 5.13달러로 마감했다.
WSJ는 "이번 판결로 인해 합병을 추진하는 다른 항공사들의 거래에도 영향이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알래스카항공은 지난해 12월에 하와이안항공을 약 10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은 상태다. 알래스카항공은 법원의 판결이 자신들의 인수 계획에 차질을 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