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중 자금난 속 고금리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진 곳이 지난해 전년대비 80%나 급증했다고 경제전문방송 CNBC가 1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올해는 기업들이 과거 저금리로 발행한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면서 더 높은 금리로 차환 발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심각한 문제로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CNBC는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분석을 인용해 작년 미국에서 153개 기업이 디폴트에 빠졌다며 이같이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터진 2020년을 제외하면 7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마이너스 현금흐름, 높은 부채 부담, 취약한 유동성에 시달리며 신용등급이 낮은 상태로, 업종별로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등에서 디폴트가 많았다고 S&P는 밝혔다.
S&P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집계를 보면 미 기업들의 총 부채가 13조7000억 달러(약 1경 8330조 원)에 달해, 앞으로도 어려운 시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기업들은 팬데믹 이후 이어진 제로금리를 타고 부채를 늘렸고, 2020년 이후 18.3%나 증가했다. S&P는 “올해 전 세계적으로 신용 악화가 늘어날 것”이라며 “신용등급 ‘B-’ 이하 기업 중 40%가 신용 강등 위험에 있다”고 지적했다.
S&P는 투기등급 회사채 만기가 2025~2026년에 걸쳐 대거 돌아온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이들 회사채를 차환 발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행진은 멈췄지만 전반적 금리 수준이 높은 만큼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CNBC는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저금리로 조달한 회사채가 향후 몇 년간 만기가 돌아오면서 이른바 ‘기업 부채 절벽(corporate debt cliff)’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이미 경기 둔화 징후 속 소비재·소매업 등에서 약한 고리가 늘어나고 있으며, 고금리 부담이 이어지면서 헬스케어 등 다른 산업으로 위험이 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시장에서 기대하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폭이 경제지표에 따라 예상치의 절반 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고 CNBC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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