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30년 동안 무사고 운행을 한 70대 택시기사가 갑자기 쓰려져 뇌사 상태가 된 후 한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1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김인태(72) 씨가 지난해 12월 16일 동아대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애타게 간 기증을 기다리던 환자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김씨는 작년 12월 3일 자택에서 목욕 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즉각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가족들은 김씨가 평소 생명나눔에 관심이 있었던 데다 장기기증을 통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말에 기증을 결심했다. 특히 김씨의 아내는 친오빠가 어릴 적부터 말을 못 하는 장애를 가졌기에 늘 아프고 힘든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다고 한다.
가족들에 따르면 경상남도 산청군에서 7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김씨는 평소 차분하고 남에게 싫은 소리를 못 하는 선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낚시를 좋아해 주말이면 가족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 등 일평생 동안 묵묵히 가족을 보듬어온 가장이었다.
야구용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20년 넘게 근무했던 김씨는 은퇴 후 택시기사로 30년 넘게 무사고 운전을 했다. 택시기사로 일하던 중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발견돼 작년 10월부터 복막투석관 삽입 수술을 하고 신장 투석을 받기 시작했다.
아내 최순남 씨는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 건강한 몸으로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지내라. 우리 걱정하지 말고. 함께 했던 시간 고마웠고, 감사했다"며 남편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생명나눔은 사랑이자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며 "한 분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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