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근로자가 불리한 처우를 당하지 않도록 한 법 조항이 현장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역대 정부가 저출산 해결을 위해 시행한 여러 제도가 현장에 스며들지 못한 상황의 단면이다.
17일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말 공개한 ‘2022년 일·가정 양립 실태 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기간을 승진소요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사업체 비중이 45.6%를 기록했다. 이 조사는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5038곳의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가 사실이라면 45.6%는 관련 법을 위했다고 시인한 셈이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9조는 육아휴직 기간(동일 자녀 부모 1년씩 총 2년)을 근속기간에 포함하도록 규정했다. 육아휴직자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서다. 이 조항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까지 가능한 강한 강제성을 띤다.
우려는 추세적으로 승진소요기간 미반영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비율은 2017년 40.1%에서 2020년 37.9%까지 떨어졌다가 2020년 45.6%로 6년 만에 최고치다. 준수 비율은 더 악화됐다. 2017년만 하더라도 48.3%였던 준수 비율은 202년 처음으로 30%대(30.7%)로 하락했다.
더 큰 우려는 이 상황이 상대적으로 인사노무시스템이 덜 갖춰진 영세 사업장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통상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도 미반영 비율이 39.7%를 기록했다. 게다가 반영 여부는 인사시스템 특성 상 해당 근로자뿐만아니라 고용부의 근로감독을 통해서도 제대로 확인하기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육아휴직은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혜택을 크게 늘리려는 대표적인 제도다. 하지만 2022년 육아휴직이 사용가능한 사업체 중 사용 실적이 있는 곳은 11.9%에 불과했다. 육아휴직은 경영 상황 못지 않게 사내 문화에 따라 활용도가 달라질 수 있는 제도다. 육아휴직 사용 시 경영상 어려움을 묻자 25.5%는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 가중”을, 21.9%는 "어려움이 없었다”고 답했다. 경영과 관련된 사항인 노동비용 증가 부담은 15.9%로 3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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