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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차남은 우리 편" 자신했는데…결국 '형' 택했다 [Why 바이오]

■가처분신청 막전막후

차남까지 가세…반대에 힘

"양사 통합 법적절차 문제"

인용되면 통합 급제동 걸려

기각 땐 모녀측 행보 가속도

한미약품 "절차상 문제없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권욱 기자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128940) 창업주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OCI 그룹과 한미약품 그룹의 통합을 중단하기 위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차남인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이 합류했다. 한미약품은 임종훈 사장을 한미약품 측의 우호 세력으로 보고 있었다.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 등과 사이가 원만하다는 점이 그 이유다. 다만 임종훈 사장은 고심 끝에 형인 임종윤 사장의 손을 잡았다.

17일, 17시께 가처분 신청…막전막후(幕前幕後)는


18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임종윤 사장 측은 당초 16일 한미약품 그룹과 OCI 그룹 간 통합을 중단하기 위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다만 실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은 하루가 지난 전날 이뤄졌다. 업계에선 임종윤 사장 측이 실제로 가처분 신청을 진행하지 못할 거란 예측도 나왔다. 통합의 부당함을 주장만 할 뿐 법적인 조치 등의 예고는 ‘블러핑’이라는 지적이다. 한미약품 측도 가처분 신청이 하루 연기된 것을 보며 임종윤 사장 측이 실제 행동에는 옮기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날 가처분 소송의 ‘키맨’은 임종훈 사장이었다. 임종윤 사장 측은 예정대로 16일 오후 가처분 신청을 하려고 했다. 가처분 신청은 임종윤 사장 측이 주도하되 임종훈 사장이 검토를 하는 방식이었다. 임종훈 사장의 검토가 길어지면서 가처분 신청은 연기됐다. 임종훈 사장은 가처분 신청이 이뤄진 당일까지도 고심을 거듭했다. 임종훈 사장은 신중하고 꼼꼼한 성격의 인물로 알려져 있다. 17일에도 검토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면서 신청은 오후 늦은 17시께 이뤄졌다.

17시 무렵 임종윤 사장 측은 단독으로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는 방안까지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와중에 임종훈 사장이 고심 끝에 형의 손을 잡았다. 임종윤 사장이 단독으로 진행한다면 동생을 우군으로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영권 분쟁이 조기에 종결될 수 있는 순간 형의 우군으로 전격 합류하며 장·차남 대 모녀 구도가 완성됐다.

한미약품 “임종훈 사장, 송영숙 회장과 사이 좋아…한미약품 우군"




업계에서 임종윤 사장의 가처분 신청을 주목하는 이유는 임종훈 사장이 합류했기 때문이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008930) 지분 9.91%, 임종훈 사장은 10.56%를 보유하고 있다. 두 사람의 지분을 합하면 20.47%에 이른다.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11.66%)과 장녀인 임주현 사장(10.2%)의 지분을 합친 21.86%와 비슷한 수치다.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경우 임종훈 사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1.52%)의 지분 확보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캐스팅 보트 중 한 명인 임종훈 사장이 모녀가 아닌 형을 택한 것이다.

당초 한미약품 측에선 임종훈 사장을 한미약품의 우호 세력으로 봤다. 장남인 임종윤 사장과 달리 임종훈 사장은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과도 관계가 원만하다는 설명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15일 “장·차남과 모녀 간의 구도로 봐서는 안 된다”며 “임주현 사장과 임종훈 사장은 한미약품그룹에서 같이 일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 측은 임종훈 사장이 한미약품의 우군인 만큼 주주총회에서 지분 싸움으로 가더라도 임종윤 사장에게 승산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가처분 신청 인용 시 경영권 분쟁 새국면…"통합 부당" 주장에 힘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경우 일단 한미·OCI 통합 작업에 제동이 걸린다. 한미·OCI 통합이 부당하다는 임종윤 사장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임종윤 사장은 양 사 통합의 절차적 문제점을 적극 주장하면서 한미약품 경영권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차남인 임종훈 사장과 신동국 회장을 우군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본인이 경영하는 계열사를 통해 추가 지분 확보에도 나설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용될 경우 두 그룹 간 통합이 부당하다는 주장에 근거가 생기는 것”이라며 “시간을 확보한 만큼 임종윤 사장이 우군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종윤 사장은 15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본지와 만나 “2020년부터 한미약품그룹에서 밀실 경영이 시작되면서 이런 사태가 발생할지 알고 있었다”며 “그때부터 총알을 마련해오면서 경영권 확보를 위한 모든 준비를 끝냈다”고 밝혔다. 임종훈 사장과 신 회장을 우호 세력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계열사를 통한 지분 확보에도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임종윤 사장은 “현재 운영 중인 기업들이 조 단위의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며 “한미약품그룹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들을 기관투자가들에 설명하면서 한국의 ‘애보트’가 되겠다는 비전을 강조해 지분을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대 지분 확보 목표는 51%”라고 덧붙였다.

가처분 신청 기각 시 통합에 속도…상속세 마련해 승계 탄력


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 제공=한미약품


반면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경우 송영숙 회장과 여동생인 임주현 사장에 힘이 실린다. 한미·OCI 통합 과정에서 남은 상속세 문제를 마무리하고 신약 개발 동력도 탄력을 받게 된다. 한미약품 측은 이번 통합이 이사회 만장일치로 이뤄져 절차적 문제가 없다며 글로벌 네트워크와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글로벌 계약사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라는 입장이다.

한미약품그룹 측은 임종윤 사장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위법하다는 임종윤 사장의 주장에 대해 통합 계약이 이뤄질 당시는 경영권 분쟁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다음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에 대한 여러 이견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보였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유상증자가 이뤄졌을 당시 경영권 분쟁 상황이 아니었다”며 “이사회 결정이 있었고 3남매가 각자 경영 활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위법한 사항이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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