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재개발 중 규모가 가장 큰 은평구 '대조1구역'이 공사 재개 물꼬를 텄다. 조합 내홍에 현 조합 집행부가 제 기능을 못하면서 연초부터 공사가 전면 중단됐지만, 법원이 조합장 직무대행을 선정하는 등 시공사와 협의할 수 있는 길을 터주면서다. 다만 공사가 재개되더라도 공기 연장으로 인한 공사비 인상과 일반 분양가 상승 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은 전날 대조1구역 일부 조합원이 제기한 현 조합장 직무집행정지를 인용하고, 조합장 직무대행자를 선임했다. 아울러 조합장 직무대행자에게 임시조합장에 준하는 직무범위를 부여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임시조합장은 직권으로 조합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조합장을 비롯한 새 집행부를 꾸리기 위한 총회 준비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조1구역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와 직접 협상 권한은 없지만, 총회를 개최할 수 있는 권한은 주어졌다"며 "조합 안정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은평구 대조동 88번지 등 일대를 재개발하는 대조1구역은 면적 11만 2000㎡, 지상 최고 25층, 총 28개 동, 2451가구로 강북 정비 사업지 중 규모가 가장 크다. 2017년 현대건설(000720)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2022년 9월 착공했지만 조합장과 조합원간 소송 등 내부 갈등으로 일반분양이 미뤄지면서 공사비를 1년 넘게 내지 못했다. 이에 현대건설은 이달 2일부터 공사를 전면 중단했다. 조합은 일반분양을 통해 공사비를 마련한다. 총 공사비는 5806억 원으로, 현대건설은 이중 1800억 원을 받지 못했다. 서울에서 공사비 문제로 공사 현장이 멈춰선 건 강동구 '둔촌주공'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그간 조합 갈등으로 공사를 안정적으로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공사를 중단한 것"이라며 "조합이 정상화되면 조속한 시일 내 공사가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북 재개발 최대어의 공사현장이 멈추자 서울시도 정비사업 코디네이터를 파견하는 등 중재에 나선 상황이다. 정비업계는 대조1구역 조합이 이번 기회를 통해 정상궤도에 오르면 올 하반기에는 공사를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과제도 산적하다. 먼저 총회에서 새 집행부 선정을 위한 안건이 부결될 경우 공사 재개 시점은 또 미뤄질 수 밖에 없다. 이를 대비해 일부 조합원들은 현 집행부 교체를 위한 해임동의서를 받고 있다. 또 공기 연장에 따른 시공사 측의 공사비 증액 요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제경 투미컨설팅 소장은 "계약서상 한 쪽의 귀책사유가 분명할 경우 착공 후라도 공사비 증액을 요구할 수 있다"며 "공사비가 늘어나면 조합원 분담금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일반 분양가가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법원은 전날 대조1구역 일부 조합원이 조합을 상대로 낸 총회개최금지가처분 신청은 기각했다. 이에 따라 조합은 오는 19일 이주비 대출 연장을 위한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현재 조합이 은행에서 받은 이주비 대출은 776억 원으로 오는 31일 만기를 앞두고 있다. 연장이 불발될 경우 조합원들은 입주 전이라도 이주비 대출 상환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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