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세상은 어렴풋하게만 느껴 오던 인공지능(AI)의 본모습을 처음 대면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으로 치러진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인간은 AI에게 패배했다. 이 대결을 두고 곧 AI가 인류를 정복할 것이라는 음모론이 펼쳐지기도 했다.
인류에게 충격을 안겨줬던 인공지능 알파고를 만든 회사는 구글 산하의 인공지능 연구 기업 딥마인드다. 딥마인드의 창업자 무스타파 술레이만은 2022년 구글을 떠나 생성형 인공지능 개발업체인 인플렉션 AI를 창업한다.
인플렉션 AI는 인간친화적인 생성형 AI를 주력으로 내세우며 지난해 빌 게이츠 등 유명 투자자들에게 4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13억 달러에 이르는 신규 투자를 유치해 냈다. 이들의 챗봇 AI ‘파이’는 친한 친구와 같은 대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새로 선보인 언어 모델 인플렉션2를 바탕으로 업그레이하고 있다.
AI 업계의 최전선에 있는 그는 AI가 가져올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마냥 낙관적인 것만 같지만 그의 생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술레이만은 “우리의 낙관적 태도는 냉정한 현실에 근거해야 한다”며 “실패를 방지하려면 그에 맞설 수 있어야 한다”며 AI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준비를 강조한다.
저자는 “30년 안에 찾아 올 새로운 기술의 물결은 인류가 마주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줄 것”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기술의 활용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기술을 ‘억제’하는 것이다. “기술의 도전 과제는 기술의 힘을 억제해 우리 인간과 지구에 계속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는 그의 분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미 우리는 초기 수준인 AI를 가지고도 무궁무진한 일을 해낼 수 있게 됐다. 챗GPT는 검색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 놓고 있고,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음악과 그림이 곳곳을 채우고 있다. AI가 더 발달한다면 우리는 우리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게 될 지 가늠조차 어렵다.
AI의 강력한 힘은 우리를 파괴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AI의 잘못된 분석과 활용은 새로운 바이러스나 질병을 만들어 내고 퍼트릴 수도 있다. 개인정보가 완전히 유출되는 해킹에 대한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 챗GPT가 잘못된 정보를 생산하고 유포하게 될 수도 있다. 금융 시장에 왜곡돼 완전히 붕괴해 버릴 수도 있다. 술레이만은 “중요한 것은 위험을 어떻게 피할 수 있는가”라고 말한다.
그는 기술에 대한 규제와 억제가 전통적 방식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고 말한다. AI 기술은 범용성이 높고 사회 전반에서 활용되기 때문이다. 그가 제시하는 것은 AI에 대한 세세한 규제가 아니라 전방위적이고 포괄적인 억제 프로세스를 갖추는 것이다.
그는 AI 기술을 적절하게 견제할 수 있는 정책과 지배 구조가 수립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조차도 이러한 해결책에 낙관적이지 않다. “억제할 수 없는 것을 억제해아 한다”는 그의 조언은 경각심과 동시에 비관적인 상념도 불러일으킨다.
책의 제목이 의미하듯 AI의 상용화·일상화는 머지않아 몰아칠 거부할 수 없는 파도다. 술레이만은 “다가오는 기술의 물결은 이전에 목격했던 그 어떤 것보다 더 빠르고 더 큰 규모로 실패할 위험이 있다”며 “언뜻 보면 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경고한다. 그에 따르면 지금은 “우리 종의 존립마져 위협하는 위험에 직면해 있는 순간”이다. 다가오는 파도에 휩쓸리기 전 위험을 대비할 때다. 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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