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LIV 골프라는 전에 없던 대항마와 싸우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마음이 바쁘다. 양 투어의 합병이 예고됐지만 협상은 계속 미뤄지고 있고 그 사이 PGA 투어 선수들의 LIV 이적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PGA 투어는 대회 상금을 큰 폭으로 올리는 한편 스타 자질이 있는 선수 알리기에 힘을 쏟으면서 ‘우리 선수’임을 공표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톰 킴’ 김주형을 한껏 띄우던 PGA 투어는 올 들어 교포 선수인 이민우(26·호주) 알리기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이민우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간판 이민지의 친동생. 그동안 ‘이민지 동생’이라는 설명이 필요했지만 최근 뚜렷한 성적과 함께 이민우 자체로 흥행 카드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
19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에서 개막한 PGA 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총상금 840만 달러)에 출전한 이민우는 전날 진행된 프로암 이벤트에서 인기 골프 유튜브 채널과 협업했다. 젊은 골퍼가 타깃인 구독자 141만의 ‘굿굿골프’ 소속 카메라맨 3명이 18홀 내내 이민우를 둘러싸고 따라다녔다. 미국 골프위크는 인스타그램 팔로어 41만 3000명, 틱톡 팬 15만 명 등 온라인상에서 이민우의 인기를 소개했다.
PGA 투어 홈페이지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룰루레몬과 최근 맺은 후원 계약에 주목하며 이민우의 상품성을 집중 조명했다. 요가 의류로 시작해 매출 81억 달러(약 10조 8000억 원)의 패션 공룡으로 성장한 룰루레몬은 농구·풋볼 등의 스타들에게 홍보 대사를 맡겼는데 골프계에서는 현재 이민우가 유일하다.
PGA 투어는 이민우를 상징하는 세 가지를 소개했다. 콧수염과 멀릿(뒷머리만 길게 남긴 헤어스타일), 깃 없는 상의다. 이민우는 “성적이 안 좋던 때 몇 주간 면도를 걸러봤다. 그러다 이게 브랜딩 전략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 그때부터 쭉 헤어스타일과 옷도 나만의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다”며 “하지만 나이가 들면 마음이 바뀔지도 모른다. 여자친구가 싫다고 하면 콧수염 따윈 언제든 밀어버릴 수 있다”고 했다.
이민우의 모토는 ‘멋지게 꾸며서 좋은 느낌으로 플레이도 멋지게(look good, feel good, play good)’다. “카메라와 많은 사람 앞에 서는 직업이기에 코스에서 복장도 중요하다”고 설명한 그는 소품을 이용한 적극적인 응원 유도 등 쇼맨십도 남다르다.
DP 월드 투어 3승과 아시안 투어 1승이 있는 이민우는 이번 대회가 정규 멤버로 치르는 PGA 투어 공식 데뷔전이다. 지난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공동 6위, US 오픈 공동 5위로 어느 정도 PGA 투어 적응을 마친 그다. 이날 캘러웨이 신제품인 패러다임 Ai 스모크 트리플 다이아몬드S 드라이버와 오딧세이 Ai 원 더블 와이드 퍼터를 들고 나온 그는 니클라우스 토너먼트 코스(파72)에서 버디 8개(보기 1개)를 잡았다. 7언더파 65타로 공동 14위다. 10언더파 선두인 잭 존슨(미국), 알렉스 노렌(스웨덴)과 3타 차다.
라킨타CC(파72)에서 친 김시우는 막판 6연속 버디 등으로 8언더파 공동 5위에 올랐다. 2021년 이 대회 우승자인 그는 “투어 생활 중에 마지막 6홀을 모두 버디로 마무리한 적은 처음인 것 같다”며 “우승한 대회라 잘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남은 라운드 내내 이 느낌을 유지하며 경기하고 싶다”고 했다. 일본 투어를 거쳐 올해 미국 무대를 밟은 루키 김찬(미국)도 8언더파를 쳤고 이경훈은 7언더파, 임성재는 6언더파(공동 23위)를 적었다. 이민우와 동반한 김주형은 3언더파 공동 77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이 대회 1~3라운드는 라킨타CC, 피트 다이 스타디움 코스, 니클라우스 토너먼트 코스에서 나눠 열리고 4라운드는 모두 피트 다이 스타디움 코스에 모여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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