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이후 세대는 해외여행을 할 때마다 ‘원화의 무용함’에 무기력함을 느낀다. 90년대 이후에 태어난 이들은 ‘경제대국 일본’을 본 일이 없는데도 엔화는 여전히 세계의 경제를 움직이는 기축 통화 중 하나로 인정 받는다. 하지만 원화의 위상은 미약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가 이토록 발전 했는데도 원화가 이처럼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989년부터 34년간 한국은행에서 국제금융 분야를 담당해 온 저자 양석준은 저서 ‘외화자산이 미래다’를 통해 우리나라의 외화자산을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340여 페이지에 이르는 이 책은 ‘외화자산’에 대한 백과사전과 같다.
저자는 외환보유액 축적과 운용에서 시작하여 통화스왑계약의 활용을 거쳐 원화 국제화 추진에 이르기까지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외화자산의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점검한다.
저자는 구체적으로 네 가지 측면에서 외화자산과 통화정책에 대한 여러 정보와 지식을 제공한다. 저자는 우리나라 외화자산의 원천과 역할을 실무 경험을 살려 현장감 있게 파헤친다. 공적 외화자산은 과연 목적에 맞게 잘 운용되고 있는가,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외화자산의 효율적 운용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외환보유액의 효력을 뛰어넘는 중층적 위기 방어체계로서 통화스왑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안전망에 대해 쉽고 간결하게 설명한다. 나아가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들기 위한 외환자유화의 방법을 제시하고 보다 진전된, 과감한 원화 국제화 추진을 당부한다.
국내 기업은 해외 업체와 무역 거래를 할 때 수출입 대금을 항상 달러로 지급한다. 이 경우 거래 업체가 미국을 거쳐 국내 은행으로 달러를 송금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며, 환전 수수료와 원·달러 환율 변동 리스크도 감안해야 한다.
최근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무역 거래시 수출입 대금 원화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지 30여 년이 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원화 국제화의 첫 발을 뗀 셈이다. 정책결정자들은 이제 많은 해외 사례를 점검하며 원화 국제화를 좀 더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자국 통화를 국제화 한 사례는 많다. 이 책은 호주달러, 일본엔화, 중국위안화 국제화 사례를 점검하며 원화 국제화 추진을 위한 과제를 제안한다. 물론 원화 국제화에 반대하는 여론도 있다. 원화를 국제화하기 위해서는 외환 자유화가 높은 수준으로 완성돼야 하며, 증권사에서 외환 업무의 허용 범위가 지금보다 넓어져야 한다. 저자는 30여 년간 한국은행에서 400조 원 규모의 외화포트폴리오 운용책임자이자 외환 정책 담당자로 일한 경험을 살려 생생한 사례와 통찰력으로 한국의 외화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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