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두고 국내, 해외 할 것 없이 다양한 작품들이 쏟아지며 개봉하는 지금, 담담하고 당당하게 극장가를 찾아온 작품이 있다. '믿고 보는' 라미란 배우의 신작 '시민덕희'는 2016년 일어났던 보이스피싱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실화 바탕'의 작품이자 '요즘 대세'라고 불리우는 배우 라미란, 염혜란, 이무생, 박병은, 안은진, 장윤주 등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으로 화제를 모으며 외화의 바다에서도 힘차게 헤엄칠 한국 영화의 구원 투수로 주목받고 있다.
◇'실화 바탕' 작품이 주는 감동 = '시민덕희'는 2016년 화성시에서 일어났던 보이스피싱 사건을 해결한 김성자 씨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제작한 작품이다. 당시 평범하게 세탁소를 운영하던 김성자 씨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이후 자신에게 사기를 친 보이스피싱범에게 구조 요청을 받게 된다. 그가 제시한 것은 총책과 조직을 붙잡을 수 있는 정보였고 이에 김성자 씨는 정보를 경찰에게 넘겨 공조한다.
이 내용은 영화 '시민덕희' 속에서도 재현된다. 돈을 많이 준다는 아르바이트에 혹해 감금당한 채로 보이스피싱 사기를 이어가고 있던 재민(공명)이 과거 사기를 쳤던 덕희(라미란)에게 구조 요청을 던진다. 실화와 다른 점은 덕희가 혼자가 아닌, 주변 사람들과 함께 직접 칭따오에 가서 총책을 찾아다닌다는 부분이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전개지만 촘촘히 쓰인 서사와 라미란부터 염혜란, 이무생, 박병은, 안은진 등 요즘 '대세 배우'로 불리며 활약하고 있는 연기파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가 작품을 채우며 위화감을 없앴다.
◇"신인 감독이 만들었다고?" 피해자→생존자로 거듭나는 인상적인 연출 = 영화를 만든 이는 다름 아닌 '선희와 슬기'를 연출했던 박영주 감독이다. 거짓말을 이용해 새 신분을 얻고 실종 자작극을 벌인 '경주 여고생 사건'을 바탕으로 여고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작은 거짓말과 미묘한 심리 변화를 그렸던 그는 이번에도 실화 사건을 바탕으로 한 '시민덕희'를 연출했으며 이로써 장편 상업영화에 데뷔에 성공했다.
'시민덕희'가 돋보이는 부분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생존자로 거듭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연출했다는 점이다. 단순히 유쾌한 추적극만을 그리는 것이 아닌, 초중반부에 꽤 오랜 시간을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마주하는 현실적인 문제와 막막한 심정을 다루며 관객들과의 공감대 형성을 시도한다. 더불어 덕희가 고개 숙이지 않고 힘차게 나아가는 신들은 피해자들이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지 말길 바랐던 박영주 감독의 마음이 담겨 있다.
◇새해부터 쏟아지는 개봉작...'시민덕희' 성적은? = 1월 말과 2월 초 유난히 많은 영화들이 줄지어 개봉하게 됐다. 한국 영화의 경우 '도그데이즈', '소풍', '파묘' 등이 개봉하고 외화의 경우 '듄: 파트 2', '아가일', '퓨리오사 등이 극장가를 찾아온다. 이중 여러 작품들이 개봉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예를 들어, '도그데이즈'의 경우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윤채나는 "지금 일곱 살인데 다섯 살 때 찍었다"라고 이야기를 하며 개봉까지 2년이 걸렸음을 말한 바 있으며, '시민덕희' 또한 공명이 군대 가기 전 찍었던 작품으로, 박병은의 말에 따르면 감독의 작품의 준비 기간만 6년 이상 걸렸다고 전해진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끝나고 많은 작품들이 몰려 개봉하는 상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쟁쟁한 해외 대작과 겹친 개봉 시기가 우려를 살 만도 하지만 아직 '시민덕희'에게 기대감을 내려놓기에는 이르다. 이른 바 '추석 3파전'이 벌어지던 지난해 10월 개봉했던 '30일'(감독 남대중)은 '작은 영화가 맵다'라는 말을 실천했다. 최종적으로 102만 관객 수를 기록한 '1947 보스톤', 31만 관객 수를 기록한 '거미집', 191만 관객 수를 기록한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을 제치고 216만 명을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예산이 적은 영화임에도 승자로 등극했다. 이는 단단한 서사, 훌륭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 그리고 재미만 있다면 언제든지 박스오피스에 먹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사례로 그런 의미에서 작은 영화 '시민덕희'가 이뤄낼 기적을 바라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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