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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중 저혈당 올까 손에서 핸드폰 못놔"…중학생 되는 서윤이 엄마의 한숨

근거리 학교배정 대상 질환, 지자체마다 들쭉날쭉

1형당뇨 포함 법적 근거 없어 새 학기마다 노심초사

시험·수업시간 전자기기 사용 제한 등 애로 겪기

김현미 씨가 1형당뇨를 앓는 배서윤 양의 연속혈당측정기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전송되는 혈당 수치를 보고 있다. 사진 환자 제공




“하도 핸드폰을 들여다 보니까 어떤 분이 묻더라고요. 주식 하느냐고. ”

부산 사상구에 사는 김현미(42) 씨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얼핏 보이는 핸드폰 화면 속 혈당 그래프가 주식 차트와 비슷해 보였던 모양”이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김씨의 딸 서윤(12)이는 2022년 2월 1형 당뇨 진단을 받았다. 1형당뇨는 최근 충남 태안 일가족 비극을 계기로 수면 위로 올라온 소아당뇨의 정식 명칭이다. 운동부족, 서구화된 식습관 등의 요인으로 인슐린 저항성(체세포가 인슐린에 반응하지 못하는 현상)이 생기는 2형당뇨와 달리, 자가면역 기전으로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되어 발생한다. 인슐린을 전혀 분비하지 못하기 때문에 평생 외부에서 인슐린을 주입해야 해 혈당관리가 매우 까다롭다. 주사 시기를 놓치면 인슐린 결핍으로 케톤체라는 산성 물질이 몸에 쌓여 혼수 상태에 이르게 된다. 반대로 체내 요구량보다 많이 주입하면 저혈당에 빠져 실신하거나 최악의 경우 사망할 수 있다. 서윤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 되던 해 설날에 급성 합병증인 케톤산증이 나타나 1형 당뇨를 발견했다. 김씨는 “설 연휴를 며칠 앞두고 (딸이) 구토를 하기 시작하더니 설사를 하고 음식을 입에 대지도 못해 장염이 세게 온 줄로만 알았다”며 “장염약을 처방받고 링거(수액)를 맞히며 버티다 갑자기 의식이 흐릿해져 부랴부랴 아이를 들쳐업고 대학병원 응급실에 달려가 피를 뽑았는데 초콜릿 색 피가 나왔다”고 회상했다. 사흘 만에 의식을 되찾은 서윤이는 당시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난생 처음 듣는 병을 감당할 엄두가 나질 않아 일주일 더 입원해 있으면서 인슐린 주사, 식단관리 등 질환 관리법을 교육 받았고, 퇴원 이후 본격적인 당뇨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배서윤 양이 자신의 배에 직접 인슐린 주사를 놓고 있다. 사진 환자 제공


서윤이는 하루 4~6번씩 자신의 배에 직접 인슐린 주사를 놓는다. 매 끼니 식사 전, 취침 전 기본 4번에 중간중간 혈당이 올라 고혈당 상태가 30분 이상 지속되면 1~2번 더 주사를 놓아야 한다. 팔에 부착한 센서로 실시간 혈당 모니터링이 가능한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면서 매번 바늘로 손가락을 찌르지 않을 수 있게 됐지만, 김씨는 서윤이가 학교에 가 있는 동안에도 손에서 핸드폰을 내려놓지 못한다. 혹여나 딸의 연속혈당측정기와 연동된 스마트폰 앱의 알람을 놓칠까봐서다. 하루에도 수차례 저혈당과 고혈당을 널뛰는 서윤이에게 연속혈당측정기는 생명줄과도 같다. 서윤이가 아침밥을 대강 먹고 등교하면 엄마는 점심을 먹기 전에 저혈당이 오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연신 앱을 켠다. 미리 설정해 놓은 혈당 범위를 벗어날것 같을 때면 딸이 수업을 듣느라 알람을 놓칠세라 즉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다. 수분 내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거나 깜빡하고 인슐린 주사를 두고 등교한 날은 부리나케 교실로 달려가야 한다.

오는 3월 서윤이의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김씨 가족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1형당뇨 자녀를 둔 부모들은 대부분 새 학기가 되면 분주하다. 담임교사, 보건교사에게 1형당뇨에 대한 설명부터 응급상황 발생 시 대처 요령 등이 상세하게 정리된 매뉴얼을 보낸다. 수업 도중 혈당 확인을 위해 핸드폰을 사용하거나 저혈당에 대비해 간식을 먹고, 배에 주사를 놓아야 하는 이유 등이 적힌 유인물을 만들어 반 아이들에게 돌리기도 한다. 가뜩이나 민감한 시기에 ‘왜 서윤이만 특혜를 보느냐’며 친구들에게 괜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까 염려돼서다. 중학생이 되면 새 친구들에게 딸의 병명을 이해시키는 것도 모자라 시험시간 핸드폰을 포함한 전자기기 사용이 제한되는 등 환경 변화가 커 근심하던 차에 집에서 5분 거리인 엄궁중학교 대신 30분 남짓 소요되는 학장중학교로 배정되며 김씨의 걱정은 배가 됐다. 장애나 암·희귀난치병 등 건강상 이유로 학교 통학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우선 배치하는 ‘근거리 배정’ 제도가 있지만 지자체마다 기준이 다르다. 물론 명시된 대상이 아니라도 교육지원청에 의사진단서, 소견서 등을 첨부해 관련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김씨도 딸의 우선 배치를 위해 작년 내내 부산북부교육지원청에 수차례 문의를 넣으며 부단히 애를 썼는데 ‘초등학교 출결이 우수하고 1형당뇨로 우선 배정된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김씨는 “힘들어하는 아이를 달래 꾸역꾸역 학교를 보냈던 게 독이 될줄은 몰랐다”며 “긴 등교길에 지쳐 저혈당이 자주 오거나 응급상황이 벌어지진 않을까 막막하다”고 했다.



사단법인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관계자들이 15일 오전 세종시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1형 당뇨환자들의 처우개선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1형당뇨 환자들은 “대부분 성장기에 발병하는 만큼 학교에서도 전자기기를 늘 사용할 수 밖에 없는 특수 상황에 대한 인식개선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태안 사건 이후 보건복지부가 인슐린 펌프(자동주입기) 등 당뇨 관리기기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나섰지만 여전히 관리 사각지대가 많다. 2021년 발의돼 국회 계류 중인 소아·청소년·청년 당뇨병 환자에 관한 법률안 등 법적 근거가 마련되거나 환자들의 요구대로 ‘췌장장애’로 지정되면 해결될 문제지만 기약하기 어렵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당뇨 환자들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잘 기능할 수 있으려면 단순히 건강보험 지원을 늘리는 게 아니라 복지 차원에서 촘촘한 지원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최소 근거리 배정 대상에 1형 당뇨를 포함시키는 것만이라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1형 당뇨 환자들의 애로사항을 수렴하고 대응책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근거리 배정, 시험 중 전자기기 활용 등에 고충이 많다는 사실을 접했다"며 "적절한 교육 지원이 가능하도록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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