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 가능성을 시사해온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신생 AI 반도체 개발·생산 기업을 설립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UAE)의 실세 인사와 자금 조달을 논의한 것은 물론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대만 TSMC와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올트먼의 AI 반도체 공급망 구축 구상이 단기간에 빛을 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통신은 20일(현지 시간) 각각 소식통을 인용해 올트먼 CEO가 AI 반도체 개발 및 생산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여러 투자자들과 자금 조달 논의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블룸버그통신은 올트먼 CEO가 투자 유치를 위해 UAE의 AI 기업인 G42, 일본 소프트뱅크그룹과 접촉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특히 이번 협상에서 키를 쥐고 있는 타흐눈 빈 자이드 G42 회장은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의 동생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G42는 UAE의 대표적인 AI 기업으로 이미 오픈AI와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올트먼 CEO는 투자가 성사되면 반도체 제조 업체들과 협력해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이 인용한 소식통들은 “(올트먼 CEO의 AI 반도체 공장 설립) 프로젝트는 최고의 반도체 제조 업체들과의 협력을 포함할 것”이라며 “반도체 생산 공장 네트워크는 전 세계적인 범위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협력 후보군으로는 ‘반도체 제조 강자’인 인텔, 삼성전자, TSMC가 거론되는 가운데 이번 투자 논의에 TSMC도 참여했다고 알려져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생성형 AI 붐으로 AI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올트먼 CEO는 지난해 여러 차례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시장점유율이 80%에 이르는 엔비디아의 독주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신생 AI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천문학적인 금액이 필요한 만큼 올트먼 CEO의 시도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블룸버그통신은 “최첨단 (AI 반도체) 제조 공장을 건설하는 데는 수백억 달러가 들 수 있는 만큼 기간도 수년이 걸릴 것”이라며 “투자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이며 협력사는 물론 투자자들의 전체 명단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여기에다 주요 투자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G42가 중국과 결탁했다는 미국 의회의 의심을 받고 있는 것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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