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대 주가지수 중 다우존스에 이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인공지능(AI) 열풍과 미국 골디락스(경제가 과열되지도, 냉각되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 기대감, 금리 안정세 등 3대 호재에 따른 것으로, 시장에서는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진 분위기다.
20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S&P500은 1.23% 오른 4839.81에 장을 마쳐 사상 처음으로 4800선을 돌파했다. 지수는 2022년 1월 3일 사상 최고점(4796.56)을 찍은 후 그해 3월부터 시작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으로 2022년 10월 고점 대비 25% 넘게 급락했지만 이번에 2년 만에 새 기록을 썼다.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도 1.05% 상승한 3만 7863.80에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이미 지난해 12월에 2022년 초의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한 데 이어 상승세를 지속하며 이날도 최고 기록을 갈아 치웠다. 나스닥은 1.7% 올라 2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S&P500 상승은 AI 호황에 따른 반도체·기술주가 급등한 덕분이다. 이달 18일 TSMC는 강력한 AI 수요를 이유로 올해 매출 증가율이 최대 2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AI용 첨단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엔비디아가 4.17% 올랐고 AMD·퀄컴이 각각 7.11%, 4.59% 상승했다. S&P500 기업 가운데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 우버, 힐튼, 맥도날드 등 41개 기업이 무더기 신고가를 기록했다. 특히 메타는 2022년 11월 저점 대비 네 배 이상 폭등했다.
미국 경제의 연착륙 기대감이 커진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19일 미시간대의 소비자신뢰지수 1월 수치는 78.8로 2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같은 조사에서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향후 1년간 기대 인플레이션도 2.9%를 나타내며 3년 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동안 롤러코스터를 타며 증시 향방을 좌우했던 미 국채금리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것도 주가 상승에 한몫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마이클 하넷은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3.75%에서 4.25% 사이에 안착했다”며 “투자자들이 성장주와 기술주, AI 관련 주식을 보유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로서는 미국 증시가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네드데이비스리서치가 S&P500이 신고점을 경신한 14번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1년 후 주가가 오른 적은 13번이나 됐다. 평균 상승률은 13%에 달했다. UBS의 데이비드 레프코비츠는 “올 6월 S&P500 목표치를 4900, 12월 5000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자문사 스트라테가스의 니컬러스 본색은 “다만 매그니피센트7(애플·MS·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메타·테슬라)이 계속 시장을 주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당장 이번 주부터 주요 경제지표, 기업 실적 발표가 몰려 있어 주가 추이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미국의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속보치가 나온다. 또 이번 주 테슬라·IBM·인텔·ASML이 지난 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다만 이 같은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JP모건의 두브라브코 라코스부자스 애널리스트는 기업의 실적 전망이 부진한 점을 들며 연말 S&P 500이 지금보다 12% 넘게 하락한 4200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점도 부정적 요소다. 월가의 저명 인사인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고문은 시장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너무 높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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