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 우리나라 상속세 실효세율이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제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2022년 34만 8519명의 사망자가 남긴 재산은 96조 506억 원이었다. 이를 물려받은 과세 대상자 1만 5760명이 부담해야 할 상속세는 19조 2603억 원으로 집계됐다. 실효세율이 20.05%에 달해 전체 사망자가 남긴 재산 중 20% 이상을 정부가 상속세로 거둬가게 된다는 의미다. 상속세 규모는 2018년 2조 5197억 원에서 2021년 4조 9131억 원으로 급증했다. 2022년 상속세의 경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망에 따른 상속세 12조 원을 제외해도 7조 2600억 원이 넘는다.
그러잖아도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최대주주 할증까지 더하면 6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의 상속세에 대해 ‘가혹한 징벌세’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과도한 상속세로 인한 부작용은 심각하다. 무엇보다 가업 승계를 통한 기업의 지속 발전을 어렵게 만든다. 국내 1위의 밀폐 용기 업체인 락앤락은 상속세 부담 때문에 경영권을 해외 사모펀드에 넘겼다. 최근 삼성 오너 일가는 상속세 마련을 위해 삼성전자 등 보유 주식 2조 7000억 원어치를 매각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21일 “상속세 때문에 기업 지배 구조가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현행 상속세율은 2000년 세법 개정 이후 그대로다. 우리 경제 규모 및 소득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OECD 회원국 중 캐나다·호주 등 14개국은 상속세가 없고 상속세 원조국인 영국도 단계적 상속세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시대에 뒤떨어지고 세계적 추세에도 맞지 않는 징벌적 상속세를 이대로 둘 수는 없다. 윤석열 대통령도 “과도한 상속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라며 개편 의지를 밝혔다. 정부는 최고세율 조정, 최대주주 할증 폐지, 상속세 분납 확대 등 구체적인 상속세 개편안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 다만 상속세 부담 축소에 따라 줄어드는 세수를 보전하기 위한 보완책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부자 감세’ 프레임에서 벗어나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상속세 수술 입법에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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