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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우주 개념을 바꾸고 시야를 넓힌 사진 한 장[김정욱의 별별이야기](63)

■나사의 천문학자, 허블망원경으로 텅 빈 우주공간 촬영 제안

■“아무 것도 없는 곳으로 망원경 렌즈 돌리는 것은 미친 짓”

■텅 빈 공간 촬영하자 수천개의 은하 찍혀…천문학의 엄청난 진전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 우주.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인도 등은 일찌감치 우주의 가치에 눈을 뜨고 그 공간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본격적으로 우주개발에 뛰어들고 있죠. 미지의 우주, 그 광활하고 거대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풀어내려 합니다. <편집자주>


1995년에 촬영된 ‘허블 딥 필드’. 사진의 반짝이는 점 하나 하나가 은하이다. 사진제공=나사




2012년에 촬영된 ‘허블 울트라 딥 필드’. 사진제공=나사


지난 1995년, 한 천문학자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에 엉뚱한 제안을 하나 했습니다. 그 제안은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아무 것도 없는 빈 우주 공간을 촬영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특이한 발상을 한 사람은 허블망원경 운영의 책임자인 로버트 윌리엄스 박사였습니다.

허블망원경은 각도를 조금만 틀어도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기에 한 번 촬영하기 위해서는 매우 신중을 기해야 했습니다. 특히 당시만 해도 허블망원경은 ‘돈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갖고 있어 이 망원경에 대한 여론은 매우 안 좋았습니다.

그런데 관측할 가치가 있는 천체도 아니고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을 들여다보도록 하는 것은 엄청난 낭비라는 게 나사 직원 대다수의 의견이었습니다.

허블망원경은 제작·발사에 10조원이라는 돈이 투입됐고, 하루 사용료만 10억원에 달합니다. 윌리엄스 박사가 제안한 ‘텅 빈 공간 들여다보기’의 기간은 최소 10일.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공간에 100억원 가까이를 쏟아 부어야 하니 반대의 의견이 컸죠.

특히 당시 인류가 만든 최고의 망원경이라고 평가 받는 허블망원경은 전 세계 천문학자들이 앞 다퉈 한 번 쯤 사용해보고 싶어 하는 장비라 윌리엄스 박사의 제안은 수용되기 어려웠습니다. 윌리엄스 박사의 제안을 두고 나사의 연구원들은 ‘미친 짓’이라며 비웃기까지 했죠.

그러다 결국 우여곡절을 끝에 그의 제안대로 허블망원경의 렌즈를 우주의 텅 빈 공간으로 돌렸습니다. 그리고 얻어낸 한 장의 사진은 세계 천문학계를 발칵 뒤집어 버립니다.

아무 것도 없는 곳일 줄 알았던 우주의 한 공간에서 촬영된 사진에는 3000여개의 은하가 찍혀있었습니다. 먼 우주 저편에도 수 없이 많은 은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이 사진을 계기로 인류는 우주의 규모와 형태, 역사에 대한 지식을 비약적으로 넓혔고, 심우주에 대한 관심을 더욱 기울이게 됐습니다.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는 1998년에 또 한 번 심우주를 관측했습니다. ‘허블 딥 필드 사우스’라고 불리는 이 관측에서도 수 천개의 은하가 발견됐습니다.

2003년에도 역시 우주의 빈 공간을 촬영했는데 이는 ‘허블 울트라 딥 필드’라고 이름 붙여졌고, 2012년에는 ‘허블 익스트림 딥 필드’라는 프로젝트 이름으로 텅 빈 공간을 촬영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들은 허블 딥 필드와 같았습니다. 우주의 빈 공간 어느 곳을 촬영해도 허블 딥 필드와 같은 무수히 많은 은하가 찍힌다는 것을 알아낸 것입니다. 한 학자의 엉뚱한 생각이 천문학의 역사와 우주 분야에 있어 엄청난 실적을 이끌어 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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