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하던 수출이 새해 첫 달 중간 집계에서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관세청이 22일 발표한 이달 1~20일 수출액은 333억 31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했다. 다만 세부 내역을 보면 낙담할 수준은 아니다. 이달 중순까지 조업일수 감소 때문에 수출이 소폭 줄었지만 하루 평균 수출액은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1월 전체로는 설 연휴가 있던 지난해보다 조업일수가 2.5일 늘어난다. 불황의 늪에서 벗어난 반도체 수출은 19.7%나 증가했고 최대 수출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액은 20개월 만에 처음으로 0.1% 반등에 성공했다. 부진해 보이는 중간 집계에도 정부가 이달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유다.
하지만 본격적인 수출 회복을 낙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당장 설 연휴가 있는 2월에는 조업일수 감소로 수출이 꺾일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와 달리 지난해 호황을 누린 승용차 수출 증가는 2.6%로 눈에 띄게 둔화했고 무선통신기기(-24.2%), 철강(-7.4%) 등 다른 주요 품목 수출은 줄줄이 감소했다. 대미 수출 증가율이 3%대로 둔화하고 유럽연합(EU), 베트남, 일본 등 다른 주요국으로의 수출이 줄어든 것도 우려된다.
반도체 경기 반등에 기댄 지금의 수출 회복 흐름을 우리의 경쟁력 제고에 따른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6대 첨단 전략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미래차·바이오·로봇의 수출 시장 점유율이 2018년 8.4%에서 2022년 6.5%로 25% 넘게 떨어졌다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분석은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점차 밀려나는 우리의 주력 수출 산업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겨우 되살아나는 수출 동력을 다시 꺼뜨리지 않으려면 커지는 글로벌 불확실성과 치열한 패권 경쟁에 흔들리지 않도록 초격차 기술 개발과 규제 혁파 등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또 민관이 원팀이 돼 수출 품목·시장 다변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기업의 혁신과 투자 노력을 정부가 세제·금융 등 전방위 지원으로 뒷받침해 첨단 전략산업의 우위를 확보하고 원전, 방산,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수출 품목을 적극 키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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