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의대 증원 시 전공의 86%가 단체행동에 나서겠다는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을 협박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23일 입장문을 내고 “의대 정원 확대는 의사단체를 제외한 전 국민이 찬성하는 긴급한 국가정책”이라며 “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져야 할 전공의들이 필수 및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반대해 단체행동에 나서겠다는 것은 국민을 협박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조사 참여자 비율이 전체 전공의의 28%에 불과한 점을 들어 "86%가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다는 결정이 전체 전공의의 입장인지도 의심스럽다”며 “이번 설문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전체 전공의 회원을 대상으로 공식적으로 진행한 것이 아니라 개별 수련병원의 조사를 집계한 결과라고 밝혔지만, 실제 진행 방식에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노조는 “의사인력 부족이 의료현장에 어떤 심각한 사태를 초래하고 있는지 잘 아는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며“의사 인력 부족으로 인한 의료현장의 불법의료, 의료사고 위험, 긴 대기시간, 만족스럽지 못한 진료, 충분하지 못한 설명, 번아웃으로 내몰리는 열악한 전공의 근무환경 등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이냐"고 되물었다. 이어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사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늘리고, 늘어난 의사인력이 국민이 필요로 하는 필수 및 지역의료에서 근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의료를 살리는 합리적 해결방안"이라며 "대전협은 의대 정원 증원을 반대하지 말고 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일(22일) 대전협은 55개 수련병원이 전공의 4200명을 대상으로 자체 진행한 설문조사를 취합한 결과 정부가 의대 증원을 강행하면 단체 행동에 참여하겠다는 비율이 전체 응답의 86%에 달했다고 밝혔다. 전체 전공의가 1만 5000여 명임을 고려할 때 3분의 1에 미치지 못하는 인원이 참석했지만, 조사 참여 병원 중 27곳이 병상을 500개 이상 보유한 대형 병원인 데다 소위 ‘빅5’라 불리는 서울의 대형 병원 2곳도 포함됐다는 점에서 실제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진료 현장의 혼란이 초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대학병원 인턴, 레지던트들로 구성된 대전협의 집단행동은 통상 개원의 중심의 대한의사협회의 총파업보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파급력이 크다. 앞서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설립 등을 추진한 데 반발해 전공의 80%가량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고, 의대생들이 국시 거부에 돌입하면서 전국 대학병원들의 업무가 마비됐다. 이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를 중단하게 한 결정적 원인으로 평가된다.
대전협이 현역 의대 학생들로 구성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와도 긴밀히 소통하며 의대 정원 확대에 관한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2020년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국민 여론은 압도적이다. 지난 20일 한국소비자연맹이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5%는 의사 인력 확충을 위해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보건의료노조가 17일 공개한 의사 부족 실태 관련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89.3%가 의대 증원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