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딸이 목욕 후 알몸으로 물기가 남았는지 교사가 확인해 ‘기분이 나빴다’고 말하고 있다.”
일본에서 수학여행을 간 학생들에게 이처럼 검사하는 관행이 이어져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학교 측은 ‘목욕 매너를 익히기 위한 지도’라고 주장하지만 학생들은 대부분 불쾌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니시니혼신문은 22일 규슈 지역을 위주로 전국에서 학생들에 대한 ‘물방울 검사’가 이뤄져 논란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제보한 학부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학교 2학년 딸이 수학여행을 가서 목욕 후에 물방울이 남아있는지를 여성 교원에게 검사받았다. 이 교원은 학생들이 알몸으로 만세를 하게 만든 뒤 몸에 물방울이 남아있는지를 육안으로 검사한 뒤 ‘올라가도 좋다’거나 ‘다시 닦아라’고 지시했다.
학교 측은 남녀 각각의 목욕탕에 동성의 교원을 2명씩 배치해 물기 제거와 정해진 시간을 지키게 하는 등 ‘목욕 지도’를 했으며 이전부터 계속해 오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쿠오카현 교육위원회에도 해당 학교의 이번 수학여행을 놓고 ‘아이가 알몸으로 만세를 했다’는 취지의 익명 민원이 제기됐다. 교육위가 학교 측에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해당 학교 교장(57)은 “목욕 지도는 했지만 만세를 시킨 사실은 없다”고 결론을 내려 해명했다. 학생에게 의사를 묻지는 않았다고 한다.
교장은 “물방울뿐만 아니라 수건을 욕조에 넣지 않는 등 매너 전반을 지도한다. 원래 가정에서 가르쳐야 하지만 모른 채 어른이 되면 창피를 당한다”며 “내가 교원일 때부터 오래 해온 일이라 (중단을) 재고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교육 현장에서는 떨어진 물기로 숙소의 바닥이 젖어 학생이 넘어지는 것을 막는 등 안전 측면에서도 필요한 지도라는 의견도 있다. 현내 다른 초등학교 30대 여교사는 “불쾌한 아이가 있다면 지도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문제 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목욕 지도’에 대한 일본 문부과학성의 공식적인 조사나 통계는 없지만 인터넷에는 불쾌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한 웹미디어 업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1119명 중 약 4분의1이 “물방울 검사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싫었다”, “반발심이 일었다”는 등 이 검사를 향한 부정적인 의견도 다수였다.
게다가 “선생님이 알몸으로 만세를 시켰다”거나 “여교사가 남학생을 검사했다”는 증언도 있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최근 어린이의 성폭력 피해를 막기 위해 가슴이나 엉덩이 등 신체의 ‘프라이빗 존’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거나 만지지 못하게 하는 교육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문제가 된 후쿠오카현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책자를 만들어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하고 있다. 그런데 ‘물방울 검사’가 이런 취지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시타 마리코 변호사는 “시대착오적인 지도다. 교원은 프라이빗 존 노출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도해야 할 입장”이라며 “낙상을 방지하려면 바닥을 자주 닦는 등 다른 방법도 있다. 아이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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