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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글로벌 퍼펙트 스톰과 한국 나룻배

서정명 디지털 총괄부국장

美대선 트럼프가 바이든 이길 가능성

추가관세·남북관계 ‘게임의 룰’ 바뀌어

中, 성장 둔화에 디플레 우려 현실화

김정은, 총선 앞두고 추가도발 나설 것

글로벌 다중위험, 대응책 꼼꼼히 짜야





한국 경제에 한 치 앞도 예단할 수 없는 ‘퍼펙트 스톰’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11월 미국 대선을 비롯해 중국 경제 둔화, 일본 경제 부활,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도발 등 글로벌 경제와 외교·안보 이슈가 동시다발적으로 휘몰아치고 있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돈 풀기 포퓰리즘’의 유혹에 빠져들고 있고 우리 경제의 밑동이자 대들보인 반도체·자동차 등 미래 산업은 미국과 유럽의 억센 규제에 거친 한숨을 토해내고 있다. 정책 당국이 ‘상고하저’ ‘상저하고’ 등의 수사로 위안을 삼을 때가 아니라 올해 내내 ‘상저하저’라는 위기감과 경계심을 갖고 세심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는 것을 상정하고 대응 시나리오를 짜야 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에는 현재의 통상·외교정책이 이어지겠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게임의 룰’이 바뀐다. 최근 유권자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의 지지율이 바이든보다 2~8%포인트 앞서고 있다. 준비에 철저한 일본은 벌써 고위 인사를 트럼프 진영에 보내는 등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가장 큰 충격파는 ‘트럼프노믹스’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모든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과의 통상 전쟁 수위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10% 추가 관세’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한국에도 적용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럭비공 같은 그의 정책 결정 스타일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다. 대미 수출에 또 하나의 거대한 장벽이 생기고 미중 통상 전쟁이 확전되면 이들 국가에 대한 무역 비중이 높은 한국으로서는 그야말로 진퇴양난 상황에 빠져들 수 있다.

우리 안보도 불확실성이 커진다. 트럼프의 외교정책 한편에는 주한미군 철수,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가 똬리를 틀고 있다. 안보 무임승차론을 내세우며 현재 1조 1833억 원인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5조 원까지 늘리라고 팔을 비틀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실정을 딴 곳으로 돌리기 위해 김 위원장은 위협 강도를 높이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탄도미사일을 쐈고 4월 총선을 겨냥해 연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석 달 앞두고 천안함 폭침이 있었고 2011년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는 연평도를 포격했다. 총선이 있었던 2016년 1월에는 4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2개의 전쟁에 더해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 악화로 대만해협마저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면 이 틈을 노린 북한의 도발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중국 경기 둔화는 상수가 된 지 오래다. 지난해 5.2%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간신히 목표를 달성하기는 했지만 올해는 둔화가 불가피하다. 중국과 월가의 전문가들은 4.88%로 5.0% 선이 다시 무너질 것으로 보고 있다. 외신들은 중국 경제가 부채(debt), 디플레이션(deflation), 디리스킹(de-risking), 저출생(demographics) 등 ‘4개의 D’에 빠져 있고 이러한 공포가 올해 중국 경제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 대표 벤치마크 지수인 CSI 300지수가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1월 이후 5년만에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바깥 세상은 급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정쟁 놀음’에 빠져 있다.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돈 풀기 공약도 내남없이 꺼내들 게 뻔하다. 고대 트로이 전쟁의 주인공인 오디세우스는 전쟁이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가던 중 세이렌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몸을 배의 돛에 묶었다. 주위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냉철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우리 정부와 국회는 수평선 저 멀리 퍼펙트 스톰이 몰려오고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돛대에 자신의 몸을 묶는 심정으로 냉철하게 글로벌 이슈를 챙기고 대비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한국 나룻배가 좌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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