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원조 채권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가 ‘양적긴축(QT)’을 고수하고 있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현재 통화정책 기조가 이어질 경우 심각한 수준의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로스는 2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연준을 이끄는 입장이라면 정책이 지금과는 어떻게 다를 것인지 묻는 질문에 “당장 QT를 중단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QT는 연준이 시중에 공급한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해 국채나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등 자산 보유량을 줄여나가는 정책을 일컫는다. 현재 연준은 월 950억 달러씩 자산 보유를 줄이고 있다. 그로스는 “현시점에서 QT를 지속하겠다는 것은 철학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적절하지 못하다”며 “현재로서는 멈추고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로스의 이 같은 비판은 연준 내부에서도 금융권의 유동성 부족에 대비해 자산 감축 속도를 조절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공개된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일부 위원들이 QT 속도 조절 논의를 요청했다. 로리 로건 댈러스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달 초 유동성 부족에 따른 예상치 못한 QT 중단 사태를 피하기 위해 “미리 속도 조절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로스는 금리 인하에 본격 착수해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인플레이션에 비해 기준금리가 높아 경제를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10년물 국채에서 보이는 실질금리(인플레이션-수익률)는 1.8% 수준인데 1.0~1.5%로 낮아져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 경제가 심각한 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앞으로 6~12개월에 걸쳐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질수록 과잉 긴축 가능성이 커진다. 현재 시장의 금리 인하 시점 전망은 3월에서 5월로 미뤄지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3월 인하 확률은 45.4%로 동결 확률(54.6%)보다 낮다.
이와 관련해 이날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지난해 12월 미국 경기선행지수(LEI)는 -0.1%를 기록해 21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콘퍼런스보드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 2분기 또는 3분기에 마이너스로 하락한 뒤 연말께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LEI는 열 가지 경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국 경제를 전망하는 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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