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텍사스주에서 이민자 차단을 목적으로 멕시코 접경지에 설치한 철조망에 대해 일부 끊거나 옮길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불법이민자 문제를 막기 위해 국경에 장벽이나 철조망을 설치하는데 반대해 온 조 바이든 행정부의 손을 들어준 판결로 해석된다.
AP통신 등은 미 대법원이 22일(현지 시간) 국경에 설치한 철조망이 국경순찰대 임무를 방해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긴급 요청을 대법관 9명 중 5명 찬성으로 인용했다고 보도했다. 진보 성향 대법관과 존 로버츠 대법원장 등이 찬성했으며, 클래런스 토머스 등 보수 성향 대법관 4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텍사스주는 지난해 공화당 소속 그렉 애보트 주지사 주도로 멕시코 국경지대인 리오그란데강과 그 주변에 날카로운 철조망을 설치했다. 이에 멕시코에서 리오그란데강을 건넌 이민자들이 철조망에 걸려 심하게 다치는 사례가 속출했으며, 지난 14일에는 리오그란데강을 통해 미국에 들어오려던 이민자 여성과 그 자녀 2명이 익사한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경순찰대가 이민자들에게 접근하는 것만 막을 뿐이라고 반대해 왔다.
미 국토안보부는 대변인은 성명을 내 판결을 환영하며 “이민법 시행은 연방 정부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텍사스주는 불법 이주를 줄이는데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 최전방 인력이 이민법에 따라 일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켄 팩스턴 텍사스주 법무장관은 소셜미디어에 대법원 결정이 외국인의 미국 침범을 계속 허용한다며 “텍사스 국경의 장애물 제거는 법을 시행하거나 미국 시민을 안전하게 지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애보트 주지사는 불법 이민 문제를 두고 강경 대응 기조를 고수해 연방정부와 갈등하고 있다. 텍사스주는 2021년 3월부터 ‘론스타 작전’이라는 이름 아래 주방위군과 공공안전부(DPS) 소속 경비대를 국경에 배치해 밀입국자를 단속해 왔다. 작년에는 불법 이민자를 직권으로 체포·구금해 돌려보낼 수 있는 법도 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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