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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업 부동산 침체에도…명품기업들, 맨해튼 빌딩 매수

프라다 이어 케링도 뉴욕건물 매입

작년 현대차도 8층 사무실 사들여

"부채 적은 회사 합리적 투자 기회"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호텔 건물에 있는 구찌 매장. 로이터연합뉴스




구찌·생로랑·발렌시아가 등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케링그룹이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에 있는 건물을 9억 6300만 달러(약 1조 2845억 원)에 매입했다. 최근 뉴욕에서 이뤄진 부동산 거래 중 가장 큰 규모다. 뉴욕을 비롯한 미국 대도시에서 상업용 부동산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케링그룹처럼 현금이 풍부한 명품 기업들은 오히려 ‘노른자 입지’의 부동산을 매수할 적기로 삼고 있다.

2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케링그룹이 트럼프타워 맞은편에 있는 5번가 715-717번지 상가 건물 약 1만 684㎡를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케링그룹은 “선호도 높은 주요 입지의 소매점을 확보하게 됐다”며 “이번 투자는 케링의 선별적 부동산 매입 전략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맨해튼과 같은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큰손들의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가 뉴욕 5번가에 있는 건물 두 채를 8억 3500만 달러에 인수했고 지난해 2월 현대차그룹은 사무실과 쇼룸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맨해튼의 8층짜리 트라이베카 건물을 2억 7500만 달러에 사들였다. 고금리로 인한 차입 비용 부담,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뉴욕에서 상업용 건물의 매매가 줄어든 상황에서 이뤄진 거래들이다. 뉴욕부동산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맨해튼의 상가 건물은 사무실 임대 등 다른 유형의 건물보다 경쟁력이 높아 지금과 같은 침체기에도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고금리발(發) 대규모 디폴트 우려가 커질수록 글로벌 기업들의 부동산 매수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패스트패션 기업 자라의 창업자인 아만시오 오르테가의 패밀리오피스(가문 자산관리 회사) 폰테가데아는 지난해에만 11억 유로(약 1조 6000억 원)어치의 상업용 부동산 열 채를 매입했다. 로베르트 치베이라 폰테가데아 투자총괄은 “고금리로 신용 심사가 엄격할 때 부채가 적은 투자자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20년 이후 0%대였던 기준금리는 최근 5.25~5.5%까지 올라 상업용 부동산 대출금리는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이에 대출 만기가 도래한 미국 내 수백 개의 대형 상업용 부동산 소유주들은 부채 상환 위기에 직면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달 기준 미국 도시별 상업용 부동산 대출 잔액은 뉴욕 맨해튼이 98억 달러로 가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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