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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물가보다 침체 대응에 기울었다…현시점 침체 확률 55%”

[신년기획 해외 특별인터뷰]

■애나 웡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10월 기점 실업 등 경기침체 신호 뚜렷

최신 연준 베이지북…둔화 우려 역력

파월 의장, 12월 FOMC서 침체 대응 선택

1분기 GDP -0.2%, 연말 실업률 5% 전망

“대만 해협 갈등, 세계 3차 대전 될 것”

애나 웡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침체를 피하자는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 메시지를 던진 것은 침체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사실상의 금리 인하를 선택한 것입니다.”

애나 웡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수석미국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 FOMC 회의 직후 10년물 국채금리는 4.2%에서 3.9%로 떨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웡 이코노미스트는 당시 FOMC에서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에 대한 신호를 줄 것으로 전망한 월가의 몇 안 되는 이코노미스트 중 한 명이다. 그는 2021년 블룸버그이코노믹스에 합류하기 전 5년간 연준에서 수석이코노미스트로 근무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당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에서 수석국제이코노미스트 등으로 일했다.

웡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침체 대응 쪽으로 돌아선 것은 내부적으로 경기 둔화의 신호를 읽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연준이 지난해 11월 말 내놓은 경기 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을 예시로 들었다. 당시 베이지북은 12개 관할 지역 중 8곳의 경제가 제자리걸음하거나 감소한다고 보고했다. 웡 이코노미스트는 “11월 베이지북은 침체가 시작됐던 2001년 3월의 베이지북과 비교해도 더 나쁜 분위기를 담고 있다”며 “12월 FOMC에서 위원들이 2023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을 시장 전망치보다 낮은 0.8%로 제시한 점은 연준이 이미 침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웡 이코노미스트도 미국 경제가 지난해 10월 이미 침체에 진입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미국 경기 침체는 비영리 경제 기관인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공식 판단하는데 통상 경기 침체가 끝난 후에야 언제 침체를 겪었는지 알 수 있다. 웡 이코노미스트는 “추후 우리가 침체를 겪었다고 NBER이 발표한다면 그 시작 시점은 지난해 10월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단언했다.





판단의 근거는 실업률 등 고용 시장의 변화다. 웡 이코노미스트는 “6개월 평균 신규 실업자 수가 구직자 수를 4개월 이상 초과한다면 이는 경기 침체가 이미 한 달 이상 진행 중이라는 의미”라며 “이 기준을 비롯해 실업률에 기반해 침체를 진단하는 28가지의 이론 가운데 많은 지표들이 10월을 기점으로 크게 악화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그는 미국이 올 한 해 얕은 수준의 침체를 겪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 과정에서 실업률은 올 1분기 4.3%까지 오른 뒤 연말께 5%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미국 실업률은 3.7%다. 미국 GDP 성장은 1분기 -0.2%로 하락한 후 하반기에도 1%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연준이 지난해 12월 FOMC에서 사실상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연착륙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커졌다는 게 웡 이코노미스트의 진단이다. 그가 말하는 연착륙 시나리오는 실업률이 4.1% 선에서 멈추고 고용 시장이 견고하게 유지되는 형태다. 웡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이대로 얕은 침체에 빠질 확률은 55%, 연착륙으로 돌아설 확률은 45%”라며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연준이 1월부터 금리를 인하할 경우 연착륙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웡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침체보다 인플레이션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금 금리를 인하하면 인플레이션을 지속적으로 통제하지 못할 위험이 커진다”며 “만약 지정학 이슈 등으로 유가가 급상승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재상승할 수 있고 이때는 대응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정학 이슈 중에서는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을 최대 위협으로 꼽았다. 웡 이코노미스트는 “대만을 둘러싸고 사고가 터지거나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이는 3차 세계대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부터 중동·아시아에 걸친 동시다발적 전쟁을 전 세계가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웡 이코노미스트는 “대만은 전략자산이 많기 때문에 전쟁이 나면 통제할 수 없는 인플레이션이 순식간에 일어날 수 있고 공급망 병목현상으로 세계가 전략 부품 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며 “대만 전쟁은 인도주의적으로나 경제 관점으로나 큰 재앙”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최근 강화되고 있는 세계경제의 블록화 현상은 한국에 유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웡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선진국의 전자 제품 수요가 몰리는 곳이자 반도체 무역에 있어 대만과 마찬가지로 세계의 벨웨더(bellwether·기준)”라며 “우리의 분석 결과 만약 미국과 중국이 디커플링(분리)을 할 경우 한국은 잠재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진영에서 모두 손을 내밀면서 외려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한국은 미중 블록으로 나뉘는 세계에서 어떻게 운신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며 “유럽과 미국이 디리스킹(위험 경감)에 나서는 것처럼 한국도 이런 전략을 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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