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에서 작지만 빠르게 기동하며 연안 방어와 함께 적 함정까지 공격하는 멀티 무기체계가 있다. 고속정 또는 고속함으로, 연안의 순회 및 정찰 등의 임무에 쓰이는 소형의 빠른 군함을 말한다.
대부분의 고속정은 초계함보다 작기 때문에 '함'이 아니라 '정'이라고 부른다. 일부 초계함과 맞먹을 정도로 대형급으로 제작된 고속정은 고속함이라 부른다. 한국 해군 같은 경우는 군용 함선을 배수량 500톤을 기준으로 작으면 ‘정’, 크면 ‘함’을 붙인다
연안 및 항만 방어용으로 분류되는 400톤급 이하의 고속정은 전 세계적으로 해군의 중요한 력으로 운용되고 있다. 우리 해군은 200톤급 참수리급 고속정(PKM·Patrol Killer Medium)이 주력으로 활용 중인데, 연평해전 이후 후계함 사업으로 개발된 윤영하급 유도탄고속함(PKG·Guided Missile Patrol Patrol Boat Killer)이 해군의 차기 고속함으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만재배수량이 570t을 넘어 ‘정’이 아닌 ‘함’으로 격상됐다. 윤영하급 유도탄고속함은 조국의 바다를 지키다 장렬히 산화한 제2연평해전의 영웅 중 한 명인 고(故) 윤영하 소령(추서 계급)의 이름을 따서 만든 함정이다
이에 따라 참수리급은 고속정, 윤영하급은 고속함으로 부르고 있다. 참수리급의 정장은 대위였으나 윤영하급은 함장도 소령이 맡는다. 해양경찰의 중소형 경비함과 체급이 겹치지만 차이점은 해경에서는 경비정과 경비함의 구분이 약 200톤이며 그 이상은 5000톤급 삼봉급까지 모두 경비함으로 불린다는 것이다.
전술기동 통해 연어 방어 해군전력 핵심
해군 함정은 작전 운영개념에 따라 각각 수행하는 임무가 다르다. 원거리 정밀투사 및 대지공격 등 전략적 전력투사 임무는 물론 원거리 해상교통로를 보호하며 전략기동작전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구축함급 이상의 함정은 대양해군 핵심이다.
하지만 연안에서 주변 강대국들의 전력투사를 저지하며 미래해전 양상의 특징인 다목적 임무를 수행하는 연안 전투함도 필요한데, 연안 및 항만 방어용으로 분류되는 400톤급 이하의 함정을 고속정이라고 부른다.
고속정은 저렴한 건조 비용으로 빠른 속력과 전술기동을 통해 연안 방어형 해군력 전력 증강에 강점을 갖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건조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북한·이스라엘·덴마크·이란 등은 보유 함정의 90% 이상이 고속정이다. 영국 46%, 프랑스 37%, 러시아 62%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해군 전력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한다. 다만 일본·미국만은 고속정이 10%대로 대형함 위주의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유도탄 고속정은 빠른 기동성과 탑재 유도무기로 대형 구축함을 격침하는 등 큰 유용성을 발휘한 사례가 많다. 고속정의 종류에는 유도탄정 외에도 대잠정·초계정·함포정·어뢰정 등으로 다양한 유형이 있다. 속력을 내기 위해 선형은 활주형, 배수량형, 수중익형, 표면효과정(SES), 해면 효과정(WIG·Wing in Ground Effect Ship) 등의 여러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배수량은 연·근해용으로 200∼250톤, 연안용으로 500톤 정도가 활용된다. 구소련에서 중무장을 탑재한 700톤 이상의 초계함급 고속정도 개발되기도 했다. 고속정은 속도가 가장 중요하며 보편적인 최고 속도는 30∼40노트이지만 50노트 이상이 빠른 고속정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근 고속정은 레이더 반사면(RCS·Radar Cross Section) 감소를 위해 선체 상부 구조에 스텔스 형상 또는 재질을 채택하고 있다. 여기에 적외선(IR) 감소를 위해 배기가스 온도 감소장치 등을 설치해 스텔스화 하는 게 전 세계적인 추세다. 또 빠른 기동성과 함께 대함·대공 유도무기를 탑재해 중무장화하고 40노트 이상의 고속화 및 다양한 임무수행이 가능한 새로운 개념의 다목적 소형 고속함정이 등장하고 있다.
해군은 참수리급 구형 고속정을 대체하는 경하배수량 440톤급 유도탄고속함인 윤영하함을 2008년에 진수했다. 윤영하함은 뛰어난 전투체계를 기반으로 대함전·대공전·전자전 및 함포지원사격 능력, 승조원의 거주성과 생존성까지 높였다.
추진체계는 최근 어 어망에 걸리지 않고 낮은 수심에서도 신속한 기동이 가능하도록 스크루를 없애고 물을 내뿜어 추진력을 얻는 ‘워터제트’ 방식을 도입했다. 선체의 길이 63m에 폭 9m로 최대속력은 40노트(74㎞)에 달한다.
140㎞ 사거리를 가진 대함 유도탄 ‘해성’ 4기와 16㎞를 날아가는 76㎜ 함포, 분당 600발의 사격이 가능한 40㎜ 함포까지 장착했다. 선체에 방화격벽 설치와 함께 스텔스 기법을 적용해 함정의 생존성도 보강됐다. 함정이나 항공기·미사일 등 적 표적을 탐지하는 레이더와 위성을 통해 자동으로 적에 대한 정보와 위협을 수집·분석할 수도 있다. 이를 무장체계와 연결해 전투력을 대폭 강화했다.
해군의 윤영하급 유도탄고속함은 사업명이 검독수리 유도탄고속함(PGM)의 이름을 딴 ‘검독수리-A’(PKX-A)로 초도함은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참수리 357 정장 윤영하 소령을 기려 ‘윤영하’로 명명됐다. 다만 윤영하급은 경하배수량이 440톤임에도 소령이 함장이고, 만수배수량이 570톤에 달해 작은 배를 뜻하는 ‘정’(艇)이 아닌 ‘함’(艦)으로 분류된다.
이 사업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총 18척을 취역시키는 것이 목표다. 기존 참수리 고속정(PKM)과 비교해 대함전·대공전·전자전 능력이 향상됐다. 최초의 국산 전투체계인 SYQ-540K와 3차원 레이더를 갖춰 적 사정권 밖에서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다.
무엇보다 워터제트 추진으로 저수심에서 어망 등의 방해를 받지 않고 항해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제2연평해전 당시 연안 부유물로 포항급 전투함의 전장 접근이 늦어지는 바람에 아군의 피해가 증가한 것으로 지적됐다. 연안 부유물의 문제는 해군에게는 북한 경비정보다 더 까다로운 적으로 인식이 된다. 평시에 폐그물이나 부유물이 프로펠러에 유입돼 기동이 중단된다면 작전중지는 물론이고 기지로 예될 수 밖에 없다. 부품파손에 따른 수리까지도 해야 했다.
기존에 프로펠러를 사용하는 고속정과 초계함은 상당한 고민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윤영하급부터 해군에서는 처음으로 워터제트 기술을 도입하게 됐다. 워터제트 기술은 기존의 스크류 프로펠러를 선체 안으로 수납해 물을 빨아들이고 배출하는 방식이기에 선회능력 등의 부가적인 장점도 확보하게 됐다.
윤영하급 유도탄고속함은 초계함(PCC)과 고속정(PKM)의 중간적 플랫폼으로 양쪽의 역할을 유동적으로 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1990~2000년대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 등 대한민국 연안의 군사적 분쟁 대응에 특화하기 위한 시도다.
대함 미사일을 장비한 것은 FF, PCC의 임무영역도 일부 커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아울러 기존 함포 시스템 자체의 화력부족 한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새롭게 떠오른 북한의 공기부양정에 대한 대응력을 보강하기 위한 조치다.
무기는 함수에 76㎜ 1문, 함미에 40㎜ 노봉 1문, K6 중기관총 12.7㎜ 2정, 해성 대함 미사일 2연장 발사대 2개, 폭뢰를 탑재했다. 76㎜는 기존 참수리의 경우 40㎜ 단장포로 격침까지는 어려웠던 점 때문에 화력 강화용으로 76㎜를 주포로 채용했다. 이는 40㎜ 노봉의 경우는 제2연평해전에서 북한 고속정이 ‘K218 PFHE’ 성형파편고폭탄(북한명칭: 파열탄)에 매우 취약하다는 교훈을 받아들여 탑재됐다.
또 윤영하급은 레이더 반사율을 낮추기 위해 선체를 단순화하고 함포에는 스텔스 덮개를 사용했다. 스텔스 설계로 윤영하급의 RCS는 기존 만재배수량 150톤 정도의 참수리급과 동일한 수준의 함정 반사면적(RCS)를 확보하는 이점을 확보했다. 같은 톤수의 함정에 비해 채프 살포를 적게 해도 충분한 채프 성능을 가질 수 있게 된 이유다. 스텔스 기술 적용 및 방화격벽 설치로 함정 생존성 역시 크게 향상됐다는 것도 특징이다.
주목할 대목은 윤영하급은 기존 참수리급과 비슷한 RCS를 가지고 있다는 것. 윤영하 후속의 검독수리급은 더욱 보수적 설계로 윤영하급 절반 정도의 배수량임에도 비슷한 RCS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3개 함종 모두 크기와 성능은 다르지만 레이더상에는 비슷한 수준의 RCS를 가져 적은 레이더만으로 어떤 함정이 떠있는지 알 수 없게 됐다. 적 입장에서는 구형 참수리가 떠 있어도 윤영하급이라는 최악의 경우까지 염두에 두고 상황을 판단을 해야하는 난관에 봉착하게 되는 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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