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4일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4월 국회의원 선거 전까지 북한이 빈번한 군사 도발로 긴장 수위를 높여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합참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오전 7시께 북한이 평양 서쪽 해상으로 발사한 순항미사일 수 발을 포착했다”며 “세부 제원 등은 한미 정보 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군은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미국 측과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으며 북한의 추가 징후와 활동을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참이 북한의 순항미사일을 포착해 발표한 것은 지난해 9월 2일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앞서 북한은 14일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북측 주장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한 후 열흘 만에 또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군이 발사한 순항미사일은 북한이 전술 핵탄두 ‘화산-31’을 탑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전략순항미사일 화살-1·2형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한 소식통은 “사거리가 짧지 않았고 지상에서 발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화살-1·2형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화살-1·2형은 북한이 2021년과 2022년 연달아 선보인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로 전술핵탄두 탑재가 가능해 한반도 전역을 겨냥한 핵 공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살-1형 또는 화살-2형이 맞다면 전술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북한이 한반도 전역과 주일미군 전력을 겨냥한 실제 핵 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발사된 미사일이 화살-1·2형으로 확인된다면 북한이 19일 일명 ‘수중 핵 드론’이라고 불리는 수중 핵무기 체계 해일-5-23의 시험를 진행한 데 이어 모의 핵탄두를 탑재한 화살 미사일의 공중폭발 등 핵 타격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관측된다.
공중폭발 시험은 가장 큰 살상력을 얻을 수 있는 핵무기 폭발 고도를 찾으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점에서 군 당국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3월 발사 당시에도 “모의 핵탄두를 탑재한 화살 미사일들을 고도 600m에서 공중폭발시켰다”고 밝혔고, 지난해 9월 발사 때도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후 다음 날 관영 매체를 통해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하며 전술핵 공격 가상 발사 훈련을 진행했다”고 화살-1·2형임을 확인하며 “목표 섬 상공의 설정 고도 150m에서 공중폭발시켰다”고 강조했다.
순항미사일은 통상 원형 혹은 8자형 궤도로 시험발사를 한다. 저궤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탄도미사일과 달리 발사 및 낙하 지점을 포착하기 어렵다. 그나마 북측 순항미사일 탐지 발표가 합참에서 발사 후 약 3시간 만인 오전 10시쯤 나와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 순항미사일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정찰·탐지 능력이 향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 연구위원은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 의도에 대해 “북한은 9·19 군사 합의 파기 선언 이후 서북 도서 인근 포사격 훈련을 재개하고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해 ‘해일’이라는 전술핵 탑재 수중 핵 어뢰 시험까지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며 “총선 전까지 이렇게 계속 위기를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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