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초 중국 28개 지방정부의 전년도 국내총생산(GDP) 합계액이 국가통계국에서 발표한 중국 전체의 GDP를 뛰어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28개 성·시의 GDP는 58조 9423억 위안으로 국가 전체 GDP(56조 8845억 위안)를 2조 위안 넘게 웃돌았다. 전국 31개 지방정부 가운데 후난 등 3개 성은 빠졌는데도 이런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대다수의 지방정부가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수치를 의도적으로 부풀린 셈이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각종 통계를 과장하거나 축소해 국제사회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리커창 전 총리는 2007년 랴오닝성 당서기 시절 “GDP 통계는 참고용에 불과하다”면서 전력 소비량, 철도 화물량, 은행 대출 지급액 등 세 가지 지표로 경제성장을 가늠한다고 털어놓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 세 가지를 바탕으로 ‘리커창 지수’를 만들기도 했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6월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21.3%까지 치솟자 매달 공개하는 국민 경제 통계에서 이 항목을 아예 빼버렸다. 6개월 만에 다시 등장한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14.9%까지 낮아졌다. 당국은 16~24세 인구 가운데 학생 6200만 명을 제외하고 졸업 후 취업을 원하는 3400만 명만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청년 취업난이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통계 기준마저 바꾼 것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최근 지방정부의 통계 조작 행위에 대해 엄벌 조치를 경고했다고 인민일보가 전했다. 하지만 중앙정부부터 통계 조작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해 엄포에 그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문재인 정부도 부동산·소득·고용 관련 지표 작성 과정에 개입해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실에 대한 객관적 진단이 뒷받침돼야 올바른 정책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국민을 속이고 국정 혼선을 초래하는 통계 조작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 문책함으로써 재발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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