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확대 시행 유예 논의의 핵심 중 하나인 민간의 재해예방 지원능력이 예년보다 크게 오를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반대로 재해예방 능력이 미흡한 기관도 늘어나 정부의 엄격한 기관 관리가 요구될 전망이다. 소규모 기업이 원하는 안전관리전문 인력을 지원한 안전관리전문기관을 크게 늘려야 하는 점도 과제다.
25일 고용노동부와 산하 안전보건공단이 작년 1341개 민간재해예방기관에 대해 평가한 결과 5개 등급 중 가장 높은 '매우 우수'인 S등급은 128곳이, '우수'인 A등급은 390곳이 받았다. S등급과 A등급을 받은 기관은 518곳으로 전체 평가 대상 비율로는 48.1%다. 2018년 30.5%였던 이 비율은 2021년 43.4%에서 작년 48.1%로 크게 올랐다.
민간재해예방기관은 수가 늘고 고용부 평가에서 우수등급을 획득한 기관이 늘어야 중대재해 감축 효과가 커질 수 있다. 평가는 기관의 고유 업무와 관리능력 뿐만 아니라 위탁사업장의 재해감소 수준도 반영되기 때문이다.
전체 평가 대상 기관도 2022년 924곳에서 작년 1341곳으로 45% 늘었다. 대상 기관 중 87곳이 신설 기관이다. 민간에서 안전예방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다. 이들 기관은 27일부터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처럼 대기업에 비해 안전보건관리체계 여력이 떨어지는 사업장의 지원 역할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용부 관계자는 “S+A 등급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은 기관의 역량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평가 결과에 대한 우려도 있다. 미흡인 C등급(229곳)과 불량인 D등급(140곳)을 받은 기관 수는 369곳으로 비율로는 27.5%로 낮지 않았다. 게다가 2022년 조사에서는 C등급(124곳)과 D등급(82곳)이 206곳으로 두 등급이 차지한 비율은 22.3%였다. 전체 평가 기관이 크게 늘어난 점을 고려하더라도 10곳 중 3곳의 기관 역량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12개 분야 중 안전관리전문인력을 사업장에 제공하는 안전관리전문기관이 154곳으로 여전히 10% 미만인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현장에서는 중대재해법 준비 부족으로 전문인력 확충을 원했기 때문이다. 이들 기관이 크게 늘지 않는 이유는 적정한 수익 보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올해 우수기관을 키우고 부실기관을 걸러내는 선별 정책에 속도를 낸다. 이유없이 평가를 거부하거나 실적이 없는 기관은 제재하고 기관평가 시기를 앞당긴다. 중대재해법이 확대 시행되거나 유예되더라도 민관 합동으로 중대재해 감축 정책에 더 속도를 낸다. 류경희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산재 감축을 위해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을 책임지는 민간재해예방기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평가등급별 차등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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