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중 패권 전쟁 여파로 미국 기업들이 중국보다 인도를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동맹국 중심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올해도 이어지며 인도의 지정학적 가치는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24일(현지 시간) CNBC는 영국 시장조사 기관 원폴이 미국 임원급 관리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이들 중 61%가 “같은 생산 조건이라면 중국보다 인도를 선택하겠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가운데 59%는 중국에서 원료나 중간재를 조달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응답한 반면 인도에 대해 위험하다고 답한 비율은 39%에 그쳤다. 향후 5년 내 글로벌 공급망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국가로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인도를 택했다.
인도가 중국을 대체할 글로벌 공장으로 떠오르는 데는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한 중국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탓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시작된 미중 간 무역전쟁은 조 바이든 행정부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바이든 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배터리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중국 등 해외우려단체(FEOC)에서 조달됐을 경우 해당 전기차 모델이 최대 7500달러의 미국 정부 보조금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더구나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추가 관세 등 규제를 우려하고 있다.
반면 경제성장을 기치로 내건 인도는 우방국 또는 동맹국끼리 공급망을 구축하는 바이든 정부의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정책에 맞춰 미국과의 협력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6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미국을 국빈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국방·기술·공급망 다각화 분야에서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사미르 카파디아 인도 인덱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기업들은 관세를 피하기 위한 단기적인 전략이 아닌 장기적인 투자 전략으로 인도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인도 경제성장률(6.0%)이 세계경제(2.7%)와 중국(4.6%)마저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할 만큼 향후 성장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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