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이 전체 진료수요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등 의료전달체계 붕괴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정부가 경증 환자를 지역 의료기관으로 보내고 줄어든 외래 진료비를 현금으로 보상하는 시범사업 모델을 내놨다.
상급종합병원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고 필수의료 전달체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것으로, 시범사업은 삼성서울병원·울산대병원·인하대병원 등 세 곳에서 수행한다.
보건복지부는 25일 2024년 제2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중증 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 도입과 추진 계획을 논의했다.
이 사업은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희귀 난치질환 등 고난도 진료에 집중하고 중증도가 낮은 환자를 지역으로 돌려보내는 동시에 환자가 집과 가까운 곳에서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있도록 지역 의료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하반기 참여기관을 공모해 전국 단위의 진료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전국형’에 삼성서울병원, 지역형에 울산대병원·인하대병원을 각각 선정했다.
선정된 세 병원은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진료를 지속할지 판단하고, 경증일 때는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 있는 협력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돌려보낼 방침이다. 이들은 경증 환자 대신 중증과 희귀 난치질환, 고난도 진료 분야에 진료 역량을 집중한다. 진료 협력체계를 구축·지원하는 전담 인력도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또 회송된 환자가 지역 병의원에서 안심하고 연속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진료 정보를 공유하는 등 협력 방안도 마련했다. 이 환자가 지역에서 치료받다가 상급종합병원 진료가 필요해지면 우선해서 신속히 진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 예정이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상급종합병원이 적극적으로 경증 환자를 지역으로 돌려보낼 수 있도록 보상안도 마련했다.
경증 환자를 지역 병·의원에 회송함으로써 발생하는 외래 진료비 감축분, 동시에 중증 진료 기능을 강화했는지에 대한 성과 평가 등을 두루 반영해 보상한다. 복지부는 보상금으로 1년간 900억원, 시범사업을 하는 4년간 36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정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상급종합병원의 중증질환 집중효과, 경증질환 회송효과 등을 골고루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의료기관 종별에 따른 기능을 재정립해 전달체계를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추진할 예정"이라며 "국민들이 필요한 때 상급종합병원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 경증 환자는 집 근처에 있는 병원에서도 안심하고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지역의료의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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