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가 "일방적인 의대 증원은 표퓰리즘에 불과하다"며 "졸속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출범한 대한의사협회 산하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는 25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의대 증원 추진을 규탄하는 집회를 벌였다.
이날 50명 가량 참가한 범대위 소속 현직 의사들은 입장문을 통해 "의대 증원 졸속 추진은 의료비를 폭증시킬 뿐 아니라 의학교육 부실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증원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2020년 이뤄진 의정합의를 지키라"고 촉구했다.
범대위를 이끌고 있는 이필수 의협 회장은 "정부가 필수 및 지역의료 붕괴의 근본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이해 당사자들의 희망사항만을 담은 비과학적인 수요조사 결과를 증원 근거로 삼고 주먹구구식 처방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젊은 의사들이 기피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의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의대 정원은 포퓰리즘 정치 논리로 접근할 게 아니라 과학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의사 수가 늘어나면 궁극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나고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는 뜻에서 구멍 난 항아리에 물을 붓는 퍼포먼스를 연출하기도 했다.
당초 의료계 안팎에서는 보건복지부가 늦어도 이달 초 의대 증원 규모를 공개할 것이란 예측이 우세했지만 올 들어 6차례에 걸친 회의를 갖고도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양측은 전일(24일) 열린 26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도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복지부는 "수요조사에서 각 의과대학의 투자계획과 의지를 확인했다"며 의협에 적정 증원 규모에 대한 답을 달라고 촉구했지만 의협은 "지금까지 의학교육 질 제고를 위해 여러 의견을 냈는 데도 반영되지 않아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고 버텼다.
설 연휴 전후 발표가 유력하다는 관측과 함께 복지부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의료계 단체들의 반발은 거세지는 형국이다. 인턴, 레지던트 등 젊은 의사들로 구성된 대한전공의협의는 지난 22일 수련병원 55곳이 전공의 4200여 명을 대상으로 개별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취합한 결과를 공개했다. 발표에 따르면 응답자의 86%가 의대 증원 강행 시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전협의 공식 설문은 아니지만 빅5 등 대형 병원들에 소속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의지가 반영됐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혼란을 낳았던 총파업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실정이다.
정부는 파업 등 집단행동에 대해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대전협이 현역 의대생들과도 긴밀히 협의하며 대응방안을 모색한다고 예고하면서 긴장감은 높다. 앞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는 지난 15일 의협과 긴급현안 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불합리한 의대 증원 추진 문제 대응에 의협과 적극적으로 공조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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