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후 처음으로 방한한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 총재가 서울대를 찾아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전 세계의 적극적인 노력과 지식 공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방가 총재는 2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권혁주 교수와의 ‘노변정담’ 형식으로 진행된 행사에 참석해 국제사회가 직면한 도전적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지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해당 행사에는 서울대 재학생 70여 명은 물론 고려대·연세대 등 전국에서 참석 신청을 한 100여 명의 학생들이 함께했다.
이날 세계은행에 대한 간단한 소개로 행사의 포문을 연 방가 총재는 개발을 통해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식은행(knowledge bank)’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단순히 물질적 자본을 투입하는 것을 넘어 인적 자원과 비물질적인 지식 및 기술 등을 공유함으로써 선진국과 개발도상국·빈곤국 사이의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의미다. 방가 총재는 “현금을 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주권국가가 교육 및 의료 서비스, 신재생에너지, 공항·철도 등의 인프라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지식은행의 가치는 상당하다”면서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빠르게 성장한 한국의 성장 사례 역시 다른 나라의 은행들에 매우 중요한 지식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방가 총재는 오늘날 개발도상국이 마주한 가장 큰 도전 과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빈곤 문제와 지정학적 위기의 심화를 꼽았다. 그는 “취임 이후 100명이 넘는 국가 지도자와 수많은 비즈니스 리더들을 만나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최근 5년 사이에 전 세계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가 총재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성장 동력을 둔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서 “빈곤과 팬데믹, 기후위기, 성장률 등이 하나로 얽혀 있는 위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민족주의(내셔널리즘)가 득세하는 현상도 우려할 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응해 세계은행은 5가지 가치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방가 총재는 ‘인적 자본, 공동 번영, 지구 환경, 인프라, 디지털’을 언급했다. 특히 디지털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방가 총재는 “디지털화를 통해 모든 영역에서 변화를 이뤄내고 장기적으로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전날 이뤄진 방가 총재와 윤석열 대통령과의 대화도 거론됐다. 그는 전날 윤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등 다양한 국제 경제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방가 총재는 “어제 윤 대통령과 함께 전 세계가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를 논의했다”면서 구체적으로 인구 위기와 정신 건강 증진 등의 사안을 언급했다. 이어 방가 총재는 “인구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한국은 인구 문제에 꾸준히 관심 갖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 배울 점”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 취임한 방가 총재는 올해 첫 회원국 방문 일정으로 일본과 한국을 찾았다. 세계은행 총재의 방한은 5년 반 만이다. 방가 총재는 출국을 하루 앞둔 이날 오전에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면담 시간을 가졌으며 서울 홍릉의 글로벌지식협력단지(GKEDC) 경제발전관을 방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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