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총선을 70여 일 앞두고 초중고교 학생에게 연간 100만 원의 바우처를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아이 돌봄 서비스는 민간·가족으로 확대하고 올 2학기부터 전국에서 시행되는 늘봄학교를 단계적으로 무료 전환하겠다는 대책도 내놓았다. 당정 충돌 이후 고조된 총선 위기감을 불식시키고자 여당이 과감한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총선용 포퓰리즘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겸 공약개발본부장은 25일 국회에서 저출생 대책 공약인 ‘일·가족 모두 행복 2탄’을 공개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18일 인구 정책 컨트롤타워인 ‘인구부’ 신설과 아빠 출산휴가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긴 저출생 1호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이날 발표된 2호 공약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새 학기 도약 바우처’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매 학기(3월·9월) 50만 원씩, 연간 100만 원 규모의 바우처를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새 학기마다 교복·학용품·교재 마련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만큼 정부 지원금을 통해 가정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다만 바우처가 학원비 등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사용처에 제한을 둘 방침이다.
만 12세 이하 아동이 있는 가정에 제공되는 아이 돌봄 서비스도 개선된다. 여당은 돌봄 수요가 집중되는 특정 시간대(자녀 하교 후~부모 퇴근 전) 정부의 지원 범위를 민간과 가족(부모·조부모)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청자가 몰려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부모들의 불만을 감안해 민간과 가족을 돌봄 공급원으로 인정하고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또 그동안 소득 수준에 따라 지원에 차등을 뒀던 ‘소득 기준’을 전면 폐지하고 일정액을 바우처 형태로 모든 가구에 지급하기로 했다.
초등학교 돌봄 교육 정책인 ‘늘봄학교’는 단계적 무료 전환을 추진한다. 올해 초등 1학년을 시작으로 2026년 3학년 이하, 2027년부터는 모든 초등학생에게 무상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날 교육부가 발표한 늘봄학교 전면 시행, 운영 시간 확대도 공약에 포함됐다. 아울러 아동별 통합 관리 계좌를 만들어 특정 나이대에 집중된 정부의 현금 지원을 부모가 원하는 시기에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도 개편하기로 했다.
학부모 표심을 겨냥한 파격적인 대책이 담겼지만 ‘총선용 포퓰리즘’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여당의 1~2차 저출생 공약에만 필요한 재원은 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계산됐다. 2025년을 기준으로 △새 학기 도약 바우처 5조 원 △늘봄학교 단계적 무상 전환 1조 원 △아이 돌봄 서비스 1조~1조 5000억 원 등 2차 공약에만 7조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1호 공약은 3조 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저출생대응특별회계’를 신설해 10조 원가량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시행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여당 관계자는 “고용보험기금의 ‘모성보호급여’ 2조 4000억 원 등 기존 일·가정의 양립 지원 예산도 있다”며 “현재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저출생 관련 정부 지출 규모가 이번 1~2차 공약을 통해 비로소 OECD 평균에 근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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