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 예상을 웃돌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를 둘러싼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치)이 연율 3.3%로 집계됐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해 3분기(4.9%) 대비 둔화했지만, 블룸버그 전망치(2.0%)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 2023년 연간 성장률은 2.5%로 집계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미국 경제의 순항 속도를 GDP 증가율 1.8% 정도로 보고 있다. 금융 긴축을 통해 성장률을 1.8% 아래로 끌어내리되 경기 후퇴를 피하면서 물가에 하향 압력을 가하는 게 연준이 꾀하는 바다.
시장 예상을 훨씬 웃도는 증가율은 미국의 기준금리 조기 인하 기대감을 후퇴시키는 요인이다. 미국 경제가 여전히 추세 이상의 탄탄한 수준을 유지한다는 의미라 연준 입장에서는 인하 시기를 저울질하며 상황을 좀 더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
지난 4분기 GDP 증가율이 시장 전망치를 웃돈 것은 개인소비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GDP의 7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는 4분기 2.8% 증가했다. 3분기가 여름철 레저 소비 특수로 3.1% 증가한 탓에 10~12월은 상대적으로 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둔화 폭은 예상보다 소폭에 머물렀다. 소비를 지탱한 요인은 높은 인플레이션율로 실질적으로 감소하고 있던 소득의 회복이다. 4분기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초반으로 안정된 한편, 애틀랜타 연준의 임금 트래커로 본 임금 인상률은 5%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가계와 기업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지출은 지속적인 고용 증가와 인플레이션 감소에 힘입어 성장했다”며 “미국이 불황에 빠질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경제가 놀라운 탄력을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4분기 수치는 경제가 어느 정도 모멘텀을 얻었음을 시사하며 경기 확장이 더 강력한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켰다”고 덧붙였다.
예상보다 탄탄한 경제 상황에 연준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연준은 오는 30~31일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결정한다. 앞서 S&P글로벌이 발표한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50.3으로 전월 47.9에서 상승했다. 부진을 면치 못하던 미국의 제조업 경기가 새해 들어 깜짝 성장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3월 금리 인하론’이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 상황에서 지난해 4분기 GDP 증가율까지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은 점점 후퇴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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