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경제가 강력한 성장세를 보인 반면 물가는 안정된 것으로 나타나 ‘골디락스(경제가 과열되지도, 냉각되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홍해 사태로 인한 공급망 불안 등 물가를 자극할 요인은 남아 있어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물 건너가고 6월께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25일(현지 시간) 미 상무부는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치)이 연율 3.3%(전 분기 대비)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문가의 전망(2.0%)을 1.3%포인트나 웃도는 수치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3분기 4.9%의 강한 성장세를 보인 데 이어 4분기에도 3%대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탄탄한 회복력을 과시했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도 2.5%를 기록하며 1% 후반대로 추정되는 미국의 잠재성장률을 훨씬 웃돌았다.
강력한 성장세를 이끈 것은 GDP의 7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였다. 4분기 2.8% 증가(전 분기 대비)해 시장의 예상(2.5%)을 웃돌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고금리에도 미국의 개인소비가 활발한 이유에 대해 코로나19 기간 1400만 가구에 달하는 미국 가정이 주택담보대출을 초저금리로 갈아탄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시중금리가 급등했지만 초저금리 주담대로 갈아탄 가구는 타격을 받지 않고 지갑을 열었다는 것이다. 주택과 주식 가격의 상승으로 씀씀이가 늘어나는 ‘자산 효과’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물가도 안정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가장 중시하는 물가지표인 4분기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2.0%(전 분기 대비)로 2개 분기 연속 연준의 물가 목표(2%)에 부합했다. US뱅크의 베스 앤 보비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 경제가 골디락스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제 관심은 금리 인하가 언제 시작될지에 모아진다. 당초 금리 인하 시작 시점을 3월로 예상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경제가 워낙 뜨겁고 연준도 물가를 완전히 잡았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고금리가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CNBC는 “성장세가 견고하고 물가가 둔화해도 연준은 금리 인하 전에 더 많은 지표를 보고 싶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PNC파이낸셜서비스의 거스 포셔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연준은 관망하는 접근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으며 올해 중반까지 금리 인하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GDP 발표 전인 23일 “123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연준의 첫 금리 인하 시기로 6월을 선택한 응답자가 55명(전체의 44.7%)으로 가장 많았다”며 “5월은 31명(25.2%), 3월은 16명(13.0%)이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올 11월 미 대선 직전인 3분기에 연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조기 금리 인하를 점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밑에서 경기 둔화 신호가 감지되고 있고 앞으로 연준의 금리 인상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JP모건의 신용카드 미납 잔액은 2112억 달러로 전년보다 14% 급증했고 웰스파고도 13% 늘어났다. 팬데믹 이전 10년간 5% 밑으로 거의 떨어지지 않았던 미국 개인 저축률도 지난 분기 4%로 떨어졌다. 대기업의 감원 바람은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에서 3월 금리 인하가 단행될 확률은 52.1%로 동결 가능성과 균형을 이뤘지만 5월은 92.4%, 6월은 100%가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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