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동안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기술형 입찰) 중 절반이 넘는 사업이 공사비 상승 등을 반영하지 못한 사업비 문제로 유찰된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사들이 사업 계획 수립 당시 적정한 예산을 확보하지 않고 발주한 사업에 응찰하지 않은 결과다. 정부는 올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65%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해 경기 활성화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부족한 사업비 문제가 지속되면 경기 활성화 효과에 대한 기대가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3년까지 2년간 발주된 22개 공공공사(4조 5267억 원) 중 14건(3조 1602억 원)이 유찰돼 전체 발주 건수의 63.6%가 시공사를 찾지 못했다. 또 올 들어 발주된 5건(1조 3973억 원)의 공공공사 모두 유찰됐다. 여기에는 GTX-A·C 노선 개통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는 영동대로 지하 공간 복합 개발 2공구 등도 포함됐다. 시공사를 찾지 못해 집행 시기를 놓친 미발주 총액만도 전체 예산(5조 9240억 원)의 76.9%(4조 5575억 원)에 달한다. 건설사가 정부가 예정한 것보다 높은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예가 초과)하거나 낮은 공사비로 입찰 자체를 꺼린 결과로 분석된다.
행정안전부는 공공공사 발주 유찰이 확산하자 급기야 최근 17개 시도와 교육청에 ‘적정 예산 확보를 통한 사업 발주 요청’이라는 제목의 긴급 공문을 발송했다. 행안부는 공문에서 “적정한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공공계약은 유찰, 공사 기간 지연 등으로 이어져 주민 편익을 저해하고 건설 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등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계약법령을 적용받는 기관에 적정 예산을 확보하고 공공공사가 발주될 수 있도록 안내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따라 건설 업계에서는 정부가 올 상반기에 SOC 사업 예산을 늘리더라도 건설 경기 부양으로 인한 경기 진작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업 계획 수립 시점부터 적정 예산을 계산해 발주하지 않으면 유찰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원자재 값 상승 등을 반영하는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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