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간적인 아동학대로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이른바 ‘정인이 사건’ 이후 2021년부터 4년간 17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고향 전북 임실에 쾌척한 익명 독지가의 사연이 알려졌다.
지난 25일 임실군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A씨는 지난 10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4억2800만원을 쾌척했다. 임실군 삼계면이 고향인 A씨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16억8000만원을 고향 어린이와 소외 주민을 위해 써달라고 기탁했다.
A씨는 “어려운 상황에서 아이를 키우는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임실이 이웃 간에 돕고 사는 따뜻한 고장이 되기를 바랍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경제가 어려워졌는데 더 많이 못 보내드려 죄송합니다”라고 아쉬워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지난해 “혹한과 ‘난방비 폭탄’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고려해 가구당 지원금을 더 늘려서 도와달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선행을 베풀면서도 A씨는 자신이 누구인지 결코 드러내지 않고 있다.
군에 따르면 그는 ‘정인이 사건’이 발생한 2021년 임실지역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3억7000여만원을 기부한 데 이어 2022년 4억3000여만원, 2023년 4억5000만원을 각각 기탁했다.
독지가 A씨가 내건 기탁 조건은 3가지였다. △익명 보장 △대상자들의 삶에 도움이 되도록 5개월 동안 일정한 날에 입금 △5개월 후 지원 결과를 받아보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군은 오는 31일부터 저소득층 1206가구에 기부금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지원은 자녀 수에 따라 1명 30만원, 2명 40만원, 3명 이상 50만원씩 앞으로 5개월간 같은 날짜에 대상자 계좌에 직접 입금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자녀가 없는 저소득층에겐 일시금으로 20만원을 지원한다. 지원 결과는 5개월 뒤 독지가가 일러준 방식대로 통보할 예정이다.
그는 특히 아동복지에 관심이 많은데 ‘어려운 사람들을 살필 줄 아는 사람이 돼라’는 부모님의 가르침에 따라 기부를 실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독지가의 신원을 확인하려는 노력은 그분의 소중한 기부로 혜택을 받는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하면 안 된다고 본다”며 “기부자의 뜻을 존중하고 약속을 지키는 게 예의”라고 말했다.
심민 군수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먼저 생각하고 큰 금액을 기탁한 기부자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성금은 기부자의 뜻에 따라 소중히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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