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의기투합해 지난주 국회 본회의에서 ‘대구~광주 달빛철도 건설 특별법’을 통과시키자 대형 공공투자사업의 경제성을 검증하는 예비타당성조사 무력화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1대 국회는 그동안 경제·민생 법안 처리에는 늑장을 부리면서도 선심 입법에는 담합해 일사천리로 처리해왔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온 21대 국회는 표심에 영향을 주는 지역 사업의 예타 면제에 유독 적극적이었다. 2021년 2월에는 13조 5000억 원을 투입하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지난해 4월에는 2조 6000억 원 규모의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국가재정법상 총사업비 500억 원 또는 국비 300억 원 이상이 들어가는 사업은 예타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국회의 선심 입법으로 사업 타당성과 경제성 검증도 받지 않게 된 ‘묻지마’ 사업이 줄잡아 수십조 원 규모에 이른다. 최소 6조 원이 투입되는 달빛철도 건설은 경제성이 낮아 20여 년 동안 번번이 추진이 무산됐던 사업이다. 경제 논리를 배제한 채 거액의 예산을 투입하는 예타 면제 사업은 문재인 정부 이후 가뜩이나 취약해진 재정에 큰 부담이 된다. 중앙·지방정부 빚을 합한 국가채무(D1)는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한 문 정부의 임기 5년 동안 400조 원이나 급증한 데 이어 올해 1195조 원가량으로 불어나게 된다. 201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36% 수준이었던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51%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 낭비를 감시·견제해야 할 국회가 외려 예타를 무력화하고 선심 사업 추진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또 재정 낭비에 제동을 걸기 위한 재정준칙 법제화는 지난해 시찰을 명분으로 유럽 출장까지 다녀오고도 외면하고 있다. 여야 기반 지역의 표심 얻기에 골몰하느라 나라 살림을 거덜 내는 국회의 ‘역주행’ 대가는 결국 국민들과 미래 세대가 치러야 한다. 정치적 이익을 챙기기 위해 국익을 등한시한 21대 국회의 잘못된 행태가 22대 국회에서 재연되지 않도록 하려면 유권자들이 4월 총선에서 현명하게 선택하고 심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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