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물게 된 1000억원대의 배상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트럼프그룹을 운영하는 부동산 재벌인 만큼 자금 여력은 충분하겠지만, 여러 민형사 소송에 얽혀 있는 만큼 재판 결과에 따라 배상금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장 최근의 연간 재무제표에서 2021년 6월 말 기준 2억9400만달러(3933억원)의 현금 또는 현금 등가물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최대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진 부동산 자산까지 더하면 그의 재산은 천문학적 규모가 된다. 이는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이 2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션 칼럼니스트 E. 진 캐럴에게 지급하라고 평결한 명예훼손 배상금 8330만 달러(약 1112억원)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996년 뉴욕 맨해튼의 고급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에서 우연히 마주친 자신에게 성폭행당했다는 캐럴의 주장을 비난하며 거짓으로 몬 점이 인정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평결에 반발해 "항소하겠다"고 밝혀 최소 몇 달이 걸릴 수 있는 항소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배상금 지급을 미룰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변 인사들은 그가 여러 계좌에 평결 배상금을 지급할 수 있는 충분한 현금을 갖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워싱턴DC 소재 트럼프그룹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을 3억7500만달러(약 5017억원)에 매각하는 등 여러 자산을 처분했다.
문제는 이번 평결 이외에 다른 재판의 결과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트럼프그룹의 자산가치 조작 의혹에 대한 민사 재판 결과가 몇주 안에 나온다. 패소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막대한 벌금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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