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의 처우나 권위가 추락하면서 유능하고 열정 많은 젊은 교사들이 '교직 탈출'만 바라보고 있다는 게 마음 아팠습니다. 그래도 해답은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교사들이 가진 또 다른 재능을 활용해 디지털 교육에 힘을 보태자는 마음으로 시작해서 비영리 사단법인까지 만들게 됐습니다.”
박준호(38) 디지털미디어교육콘텐츠 교사 연구협회 ‘몽당분필’ 이사장은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교사나 학생들에게 도움되는 디지털 미디어 교육 콘텐츠 생산에 앞장서 교육 격차 해소를 이끄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며 이 같이 강조했다.
몽당분필은 영상이나 웹툰 제작 등 다재다능한 재능을 보유한 MZ세대 초등교사가 주축이 돼 교사·학생·학부모 대상 교육 콘텐츠를 제작·공유하는 교사 연구협회다. 8년 전인 2016년 여름 초등교사 커뮤니티인 인디스쿨 소모임으로 시작해 취미 차원에서 영상 콘텐츠를 만들다 다양한 소재의 교수학습자료를 만들어 교사들에게 무료 배포하는 연구모임으로 발전했다. 박 이사장은 "어느 순간 젊은 교사들을 중심으로 교직에 염증을 느끼며 탈출을 꿈꾸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며 "열정과 재능이 있는 교사들이 그래도 희망을 갖고 교직 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자고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들이 8년간 만들어 낸 동영상·학습지 등 교수학습자료는 총 2만 건에 달한다. 주력 콘텐츠인 교육 관련 영상은 연평균 500개 가량 제작했다. 교육청과 협업해 제작한 각종 교육 영상 등을 모두 합하면 총 조회수가 1000만 회에 이른다. 지난해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이어진 교사집회에서도 드론을 활용한 현장 촬영으로 교권 회복 목소리를 생생히 전달하기도 했다. 박 이사장은 “교사가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도움되는 교육 콘텐츠를 직접 만들다 보니 재미와 보람 모두 느낀다"고 밝혔다.
2019년 이른바 ‘교사 유튜버’가 교육계의 뜨거운 이슈가 된 이후 교사들의 디지털 콘텐츠 제작이 더욱 활발해지면서 ‘원조 교사 유튜버’ 격인 몽당분필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었다. 전국 각지에서 이른바 ‘금손’ 교사들이 합류해 300여 명의 전·현직 교사가 몽당분필을 거쳐갔다. 6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유튜버 ‘김켈리’도 몽당분필 출신이며 현재도 교사 출신 네이버 웹툰 작가 등 다양한 ‘능력자’들이 활동 중이다. 조직이 점점 커지면서 회원들 사이에서 아예 법인을 만들어보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마침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교육이 활성화되고 새 정부도 디지털 교육에 힘을 싣기로 해 시기도 적절했다. 그렇게 10개월간 준비 끝에 지난달 비영리 사단법인을 세웠다.
법인 몽당분필의 첫 번째 사업은 교원·학생·학부모 대상 ‘디지털 미디어 교육 격차 해소’다. 디지털 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면서 교육 구성원들 간 디지털 교육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다. 법인 설립 전부터 해왔던 교수학습콘텐츠 제작·공유도 지속할 예정이다. 박 이사장은 “코로나19 상황을 겪는 과정에서 가정 환경이나 지역적 특성에 따라 디지털 소양이 부족한 학생들은 수업이 아예 불가능한 경우도 많았다”며 “법인 설립을 통해 세상에 더욱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소속 교사들의 활약으로 교육당국, 교육업계와의 접점도 늘려가고 있다. 교육부의 디지털 교육 선도 교사그룹인 ‘터치 교사단’과 학생 대상 디지털 역량 함양 프로그램인 '디지털 새싹캠프’ 등 정부 사업에 참여해 활약 중이며, YBM, 비상교육, 테크빌교육 등 주요 교육업체와 업무협약(MOU)을 맺을 정도로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박 이사장은 “교육당국이나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몽당분필 교사들이 만드는 콘텐츠들이 더 의미있게 쓰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