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악성 민원을 막기 위해 전국 시·도 교육청이 각 학교에 녹음 전화기 보급에 나선 가운데 녹음전화기의 종류 안내와 녹음 내용 관리에 대한 뚜렷한 지침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예산이 낭비되고 교사가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가 교육 당국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28일 교육계에 따르면 각 시·도교육청은 지난해 서울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알려진 학부모의 악성 민원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학교 현장에 녹음 전화기 관련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각 학교 역시 새 학기 개학을 앞두고 녹음 전화기 설치에 분주하다. 다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교육당국이 녹음 전화기 종류에 대해 명확히 안내하지 않은 탓에 각 학교가 녹음 전화기 구매 과정에서 혼란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대부분의 교육청은 학교가 알아서 녹음 전화기의 종류를 선택하도록 하고 이에 소요되는 예산만 주고 있어 개별 학교 차원에서 녹음전화기의 종류와 각 방식의 장단점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어 자칫 예산 낭비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녹음 전화기는 녹음 기능이 자체 내장된 유선전화기와 통신사 인터넷 전화, 클라우드·서버장비 등을 결합한 전화 등으로 분류된다. 이미 녹음 전화기를 설치한 학교의 경우 대개 학교에 깔린 인터넷 회선을 활용해 통신사의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택하는 경우도 많지만 전통적 방식의 유선 녹음 전화기를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녹음 내장형 유선 녹음 전화기가 사양길로 접어들어 학교에 보급하기에는 공급이 부족하고 가격 역시 비싸다. 이에 ‘녹음 전화기’가 아니라 '녹음기능 환경(시스템) 구축’에 초점을 맞춰 각 학교가 비용 절감을 할 수 있도록 교육당국이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교육청이 치열한 공개경쟁을 통해 적은 예산으로 교사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녹음기능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추후 녹음전화기를 통해 녹음된 내용을 관리하는 과정에서도 자칫 교사가 법적 문제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녹음 내용 역시 개인정보에 해당하기 때문에 교사 실수로 녹음 파일이 외부로 유출될 경우 상대 민원인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 각 시·도교육청과의 성과공유회를 통해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일괄 적용하고 있는 대구·인천·충남교육청 사례를 공유하는 등 녹음 방식에 대해 안내를 진행했다”며 “녹음 내용 관리에 대한 가이드라인 역시 내달 발표 예정인 민원응대 매뉴얼에 담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