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필수의료 뿐입니까. 진료 실적을 채우기만도 버거워 본연의 임무인 교육·연구를 등한시하는 대학병원들이 허다합니다. 우리 병원도 지난 40년 동안 진료에만 쏟았던 관심을 연구 분야로 돌려야 할 시기라고 판단했습니다.”
송영구(사진) 강남세브란스병원장은 29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기존 강점 분야는 물론 다양한 창의적인 연구들이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지난 26일 ‘연구 비전선포식’을 통해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병원의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글로벌 연구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연구기관과 공동 연구를 활성화하고 원천기술 개발부터 임상시험, 기술사업화로 이어지는 플랫폼을 구축해 ‘연구중심 의료 혁신 선도 글로벌 리더’로 발돋움하겠다는 비전도 내세웠다.
코로나19 당시인 2020년 임기를 시작한 송 원장은 “3년 반 가까이 병원을 운영하는 동안 의료 연구의 기초체력을 다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지 뼈저리게 느꼈다” 며 “순수한 열정 가득한 젊은 교수들의 눈빛을 마주할 때마다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는 강신애 내분비내과 교수, 김종훈 피부과 교수 등 5명의 의사과학자가 근무 중이다. 이들은 임상수련 후 대학원 의과학과에서 각각 혈관대사학, 면역학 등을 공부해 혈관 합병증, 천포창 등 각종 난치병 정복에 도전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이 운영 중인 의과대학 산하 2개의 특수대학원(의료기기산업학과·융합의학과) 과정도 최근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융합형 의사과학자’ 사관학교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럼에도 노후화된 연구 인프라와 장비 등은 줄곧 아픈 손가락이었다. 2010년 11월 문을 연 의생명연구센터는 거점시설의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개원 40년을 맞아 추진 중인 새 병원 건립사업에 제2 의생명연구센터를 포함시킨 이유다.
송 원장은 “두 번째 의생명연구센터 설립을 통해 동물실험과 기초연구를 위한 공간을 확대하고 동물실험과 연계한 이미징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라며 “센터를 병원이 독점하는 대신 주변 연구 관련 기업체와 단체에도 개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병원을 중심축으로 관련 연구소와 제약바이오기업 등이 상호 연관성을 맺는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셈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이같은 목표를 위해 부지런히 밑작업을 해놨다. 지난해 국내 대학병원 최초로 세계 3대 기초과학연구소인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와 협약을 맺었고 ‘국제공동연구소’ 설립을 논의 중이다. 미래의료혁신이라는 목표를 지원하기 위해 각계 인사로 구성된 ‘THE(Transforming Healthcare for Everyone) 미래발전후원회’를 출범시켜 안정적인 연구기금 조성을 위한 틀을 마련했다. 유산기부와 기부형 투자펀드 등 기금 마련의 플랫폼을 다양화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향후 10년간 400억 원 상당의 기금을 조성해 연구력 안정화를 꾀한다는 목표다.
송 원장은 “연구력 강화는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 옵션과 향상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 이라며 “의료 분야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선례를 만들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