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통신기업 NTT가 한국의 SK하이닉스(000660), 미국 인텔 등과 함께 광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나선다.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NTT는 소비 전력이 적고 데이터 처리량이 방대한 차세대 ‘광반도체’ 개발에 나선다. 이를 위해 미국 인텔 등 관련 업체와 손잡는 한편,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지닌 SK하이닉스와 협력하는 방향도 조율 중이다. 한미일 연합 프로젝트로 일본 정부가 약 450억엔(약 4000억원)을 지원하며 2030년 보급이 전망되는 차세대 통신 규격 ‘6G’의 국제 표준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광반도체의 핵심은 광전융합(光電融合) 기술에 있다. 광전융합은 전자 처리를 빛으로 대체하는 기술로 반도체에 접목하면 소비전력을 크게 줄일 수 있고,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전력 소비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광전융합의 경우 NTT를 중심으로 일본이 세계 선두를 달려왔으나 최근 중국이 미국과의 경쟁을 이유로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추격 중이다. 이에 일본은 미국, 한국과의 제휴로 ‘광반도체 개발’이라는 데이터 기반 기술 확립에 도전해 주도권을 더욱 확고하게 지켜나간다는 계획이다. 연산용 반도체 강자 인텔(미국), 메모리 반도체 주력의 SK하이닉스(한국)를 협업 대상으로 선택한 이유다.
이번 광반도체 개발 프로젝트에는 SK하이닉스와 함께 일본 업체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가 참여한다. 키옥시아는 SK하이닉스가 2018년 약 4조원을 들여 간접출자한 회사로 지난해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 부문과 경영 통합 협상을 벌이다 SK하이닉스의 반대 등에 부딪혀 논의가 무산됐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당시 “더 좋은 방안이나 새로운 대안이 있다면 충분히 같이 고민하고 논의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 향후 협상 여지를 남겼다. 최근 일본 언론은 키옥시아가 WD와 경영 통합 협상 재개를 위해 물밑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키옥시아 최대 주주인 미국 투자펀드 베인캐피털이 중단된 경영 통합 협상 재개를 위해 통합에 동의하지 않은 SK하이닉스와 교섭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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