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오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쟁 후보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에 대한 여성 비하 발언을 쏟아내면서 여성 표심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뉴햄프셔 예비경선(프라이머리)에서 승리한 뒤 연설에서 헤일리 전 대사가 "아마도 별로 화려하지 않은 화려한 드레스"를 입었다고 조롱 섞인 평가를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헤일리 전 대사를 '새대가리'(birdbrain)라고도 불렀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전부터 여성 비하로 들릴 만한 발언을 줄기차게 이어왔다. 2016년 대선 당시 라이벌로 맞붙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겨냥해 '사기꾼(cooked) 힐러리'라는 별명을 사용했고, 또 다른 경선 경쟁자였던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 최고경영자에 대해서는 "저 얼굴을 보라. 누가 저기에 투표하겠나"고 말하기도 했다.
2015년 공화당 대선 후보 토론회 당시 여성 사회자를 겨냥해서는 "몸 어디에서든 피가 나온다"며 여성의 생리 현상을 조롱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헤일리 전 대사가 여성이라는 점을 공격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으며, 이는 여성 표심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햄프셔주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 줄리아나 버거론은 "그(트럼프)는 여성 스윙 보터(유동층 유권자)를 얻지 못할 것"이라며 "박빙 선거에서는 그의 발언이 판을 흔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공화당 측 전략가 겸 미 CNN 방송 정치 평론가인 앨리스 스튜어트는 "교외 여성들은 이(트럼프의 발언)에 혐오감을 느껴 결코 그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간 여성 유권자 확보에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이유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여론조사 업체 퓨리서치센터 분석에 따르면 2020년 대선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교외 여성 유권자의 54%를 확보했다. 아울러 2022년 중간선거 당시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애리조나 등 경합주 내 교외 여성 유권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 선언한 후보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고 더 힐은 전했다.
미국 럿거스대학교 소속 미 여성정치센터장 데비 월시는 "그(트럼프)는 항상 성별을 들먹인다"며 "그는 이를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사용한다. 남성에게는 그들이 남자답지 않다고 말하는 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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