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전기자동차 시장 둔화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전기차 전환에 주력해온 제너럴모터스(GM)의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 GM 내부에서도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차를 선호하는 고객들을 경쟁사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 시간) GM 자문위원회에 소속된 딜러들이 최근 몇 차례의 회의에서 경영진에게 GM 라인업에 하이브리드차를 추가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더 비싼 데다 정기적인 충전이 필요한 전기차와 기존의 내연기관 차량 사이에서 ‘중간 지대’를 찾는 고객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딜러들의 하이브리드 차종 요구는 그간 전기차 전환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온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직면한 압박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고 WSJ는 평가했다. 2035년까지 완전한 전기차 전환을 목표로 내건 GM은 하이브리드차를 불필요한 중간 단계로 여기고 전기차 개발에만 주력해왔다. 그러나 최근 하이브리드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는 전기차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미 자동차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65% 증가한 한편 전기차는 4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러한 국면이 지속될 경우 GM의 중대한 전략적 반전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바라 CEO는 지난달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행사에서 GM이 중국에서 하이브리드차를 판매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미국 내 도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가 2019년 “고객들은 일반적으로 하이브리드차에 관심이 없다”며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전기차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던 때와는 달라진 어조다.
전기차 시장 수요가 눈에띄게 둔화하자 주요 자동차 업체들 역시 하이브리드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존 라울러 포드 최고채무책임자(CFO)는 “전기차 도입 속도가 느려지면 하이브리드차가 사업의 더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 한국의 현대차, 기아 역시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잡은 후 힘을 주고 있다. 올해 사상 최대인 1030만 대 생산 계획을 세운 도요타의 주력 제품은 하이브리드카다.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 회장은 “전기차 점유율은 30%를 넘기지 못할 것이며 나머지 70%를 하이브리드차 등이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올해 하이브리드차 판매 목표로 전년 대비 28% 증가한 48만 대를 뒀다. 미 솔트레이크시티 지역 자동차 딜러인 크리스 헤머마이어는 “기아의 소형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비롯해 스텔란티스의 하이브리드 지프 및 SUV가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GM이 전기차에 집중하는 바람에 (GM) 매장이 고객을 잃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