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신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프로젝트 승인을 전면 보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 문제가 대선 쟁점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기후변화에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진보 유권자들을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측은 “미국의 에너지 안보를 포기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9일(현지 시간)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신규 LNG 수출 승인 보류 결정이 올해 미 대선의 유력 후보인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충돌로 번지고 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26일 신규 LNG 수출 승인을 사실상 전면 중단하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LNG 수출이 에너지 비용과 미국의 에너지 안보, 우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9120만 톤의 LNG를 수출해 카타르와 호주를 제치고 전 세계 LNG 수출 1위 국가로 올라섰다. 특히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유럽이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 조처를 시행한 이후 수출량이 더욱 급격히 증가한 상황이다.
하지만 올해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환경 단체 등에서 바이든 정부가 집권 초 약속과 달리 미국 내 화석연료 생산을 급속히 늘리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화석연료를 억제하라고 압박을 가해 온 기후 운동가들의 승리로 간주된다”고 평가했다. 루이지애나주 연안에서 추진 중인 미국 최대 규모 LNG 수출 터미널인 ‘캘커슈 패스2’ 프로젝트 등이 이번 결정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해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의 조치가 러시아와 맞서는 유럽에 피해를 입히고 미국의 에너지 안보까지 위협할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공화당 상원의원 26명은 앞서 백악관과 에너지부에 보낸 서한을 통해 “(이번 결정은) 에너지가 지정학적 무기로 자주 사용되는 세계에서 우리의 강점을 위태롭게 하는 무모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규제 철폐를 공약으로 내세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주말 유세 과정에서 “나는 집권 첫날 새로운 프로젝트를 승인할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을 직격했다. 관련 업계도 러시아에만 이익이 될 뿐인 조처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석유·천연가스 산업 최대 로비 단체인 미국석유협회(API)의 마이크 서머스 회장은 "이건 러시아의 승리"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에 동참한 동맹국들을 위해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약속을 저버렸다고 비난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