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위기에 몰린 필수의료 분야의 생태계를 소생시키기 위해서는 급속도로 팽창하는 비급여 진료 시장을 적정 수준에서 통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종합병원과 대학병원 의사들의 급여와 일반 병·의원 의사들의 급여 차이가 발생하는 주범이 비급여 진료이기 때문이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피부과·안과·성형외과·재활의학과·정형외과 등의 비급여 진료 매출이 폭증하면서 기존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의사들이 일반 병·의원으로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정부가 보험 수가를 결정하는 건강보험 진료와는 달리 비급여 항목은 의사의 재량권이 인정된다.
피부 미용 시술이나 백옥 주사, 마늘 주사, 다초점 렌즈 백내장 수술, 미용성형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도수 치료는 전체 비급여 진료비를 끌어올리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022년 도수 치료로 지급된 보험금만 1조 1000억 원으로 전체 실손보험금의 10%에 달한다. 이달 4일 정부는 의료 현장에서 남용 우려가 있는 도수 치료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체계를 구성해 집중 관리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수년 전부터 정부는 비급여 진료를 표준화하고 금융 당국과 협력해 비급여 진료를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원가의 2배에 달하는 비급여 진료 수익률이 비급여 진료가 빠르게 늘어나는 원인”이라며 “정부와 금융 당국이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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