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관련 특검 도입 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 대신 윤 대통령이 30일 거부권을 행사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함께 설 연휴 이후 2월 임시국회에서 재표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4·10 총선 전 ‘정권심판론’을 극대화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전략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최소 수 개월이 걸릴 수밖에 없는 권한쟁의 심판 청구는 당으로서도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라며 “설 연휴 이후 2월 임시국회에서 쌍특검법 재표결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가족에 연관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직권남용·이해충돌 가능성을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하지만 권한쟁의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재표결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청구하지 않기로 입장을 바꿨다.
민주당의 전략 변화는 70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맞아 정부·여당의 ‘거부권 정치’를 향한 비판 여론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판단에서다. 원내 관계자는 “총선 이후로 재표결을 노린다면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고집할 수 있겠지만 그때까지 특검법을 끌고 갈 게 아닌 이상 쉽지 않은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민주당은 총선 전 재표결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다.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총선 전 재표결은 확실한 당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재표결 시점은 설 연휴 이후 2월 임시국회 회기 내 본회의가 유력하다. 여야는 다음 달 19일부터 2월 임시국회를 소집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2월 29일로 예정된 만큼 쌍특검법 재표결도 이날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이 재표결에 부쳐지면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통과된다. 현재 정당별 의석 수를 고려하면 여당에서 최소 17명이 이탈해야 통과 가능한 셈이다. 민주당은 재표결이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는 만큼 2월 중순부터 본격화하는 공천 과정을 거치면서 여당 의원들의 이탈표가 발생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다음 달 1일 본회의에서 재표결하자고 주장한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쌍특검법은 야당의 선거용 정쟁 도구로 활용되면서 재표결이 지연되고 있다”며 “1일 본회의에서 쟁점 법안들을 처리해야 밀린 민생 법안들을 다룰 여유가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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