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후면 설이다. 양력과 음력의 이중과세(二重過歲) 덕분에 새해 계획의 두 번째 기회가 있다. 올해에는 무엇을 바랄까. 그것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실천할까. 돈을 제일 먼저 원할 수 있다. 한국인은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으로 물질적 풍요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이미 작년에 저성장을 경험했지만, 올해 한국 경제의 전망도 밝지는 않다. 금리와 물가, 중국 경제, 반도체 경기 등의 향배가 한국 경제의 회복을 좌우할 요인들이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들에 대한 낙관적 전망은 큰 배를 빌려 잘 모르는 바다로 나가는 뱃사람의 만선 약속과 비슷하다.
재테크는 어떤가.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를 고려하면 재테크보다 빚테크 문제에 처한 가계가 많다. 가계와 개인사업자 대출의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제2금융권의 부담이 커졌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도 기포가 올라오고 있다. 코로나19 특수 상황의 저금리, 과잉유동성, 주식 및 부동산 가격 급등 환상 또는 그 재연의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사람은 냉동인간이다. 고금리 시대의 행동규칙 1조는 되도록 빚을 지지 않고, 빚을 과하게 내서 뭘 하겠다는 생각부터 버리는 것이다. 이런 시대에 자산시장의 대세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때일수록 스스로 통제할 수 있고 장기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중심으로 한 해를 계획하는 것이 필요하다. 돈은 예금자보호가 되는 선까지 적금이나 예금을 나눠들며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연금 저축을 늘려 장수 리스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인적자본의 관리다. 가장 중요한 인적자본은 건강이다. 우선 매일 조금씩이라도 짬을 내어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맡고 있는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획처는 올해 부서 계획 중 하나로 사무실 단체 운동을 세워 매일 오후 정해진 시간에 사무실 복도에서 노래에 맞춰 스쿼트를 하고 있다. 하체근력운동이 활동과 안전은 물론 인지력 유지에도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를 부서의 새해 기획에 넣지 않았다면 일상적인 실천은 없었을 것이다.
인적자본 축적에서 독서와 학습만한 것은 없다. 책은 취향에 따라 선택되겠지만, 일반인도 과학기술에 관한 독서가 필요하다. 특히 앞으로 10~20년 이상 일할 예정이거나 자립적인 일상생활을 할 노인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은 그동안의 과학적 진보와 급변하는 기술의 현주소와 전망을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 비전공자를 위한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의 친절한 안내서도 충분히 나와 있기 때문에 과학기술 문해력을 얻으려는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독서가 가능하다. 그 바탕 위에서 자신의 다음 행선지가 심화 공부를 통해 정해진다.
행복을 위해 사회자본의 개인적 축적도 중요하다. 소셜 미디어 상의 지인을 한 명 더 늘리는 것보다 내가 알던 사람 중 그동안 밥 한 끼 함께 하지 않았던 이에게 연락해 식사와 담소를 나눠보는 것도 추천한다. 자신을 내향형(I)이라고 여기는 GIST 기획팀장이 올해 목표 중 하나를 한 번도 함께 해본 적 없는 사람들과 밥 먹어보기로 정하고 실천하는 모습이 흐뭇하다.
지금이라도 값진 갑진년을 계획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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