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한 여야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특별법’ 협상이 급물살을 타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내 방산 업체의 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수출입은행법 개정안 등은 여전히 진통을 거듭해 2월 중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3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고준위방사성폐기물특별법 협상에 대해 “‘저장시설 용량 기준’ 문제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면서 2월 임시국회 중 협상 타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대 쟁점인 ‘저장시설 용량 기준’을 두고 여당이 한발 물러서면서 14개월째 공전한 특별법 협상이 종지부를 찍을지 관심이 쏠린다. 그간 국민의힘은 원전 내 저장시설 용량을 원전의 ‘운영 허가를 받은 기간 동안 예측되는 발생량’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탈원전 노선을 밟는 민주당은 저장시설의 용량을 ‘설계수명 기간 내 발생량’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양측이 팽팽히 맞서왔다. 다만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합의된 것은 없는 상황”이라고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다.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실거주 의무 완화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도 2월 본회의 처리 가능성이 엿보인다. 앞서 여당은 실거주 의무 폐지를 주장했지만 민주당이 반대하면서 논의는 공전을 거듭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실거주 의무 시작 시점을 현행 ‘최초 입주 가능일’에서 ‘최초 입주 가능일로부터 3년 이내’로 변경하는 안을 추진하면서 통과가 힘 받고 있다.
여야는 1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2월 1일 본회의를 열고 민생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세액공제 기부 상한을 연간 5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높이는 내용의 고향사랑기부금 개정안, 메타버스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가상융합산업진흥법(제정안), 난치 질환 환자가 정식허가를 받지 않았지만 안정성이 확인된 유전자 치료제로 치료 받을 수 있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법 개정안 등을 의결했다.
다만 여야가 추진한 대다수의 민생 법안 협상은 여전히 공전 중이다. 정책지원금 한도를 상향하는 ‘수출입은행법 개정안’, 본사 부산 이전을 위한 ‘산업은행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방산 업체의 수출 지원을 위해 수은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야당은 일부 기업에 특혜를 줄 수 있다며 소극적인 모습이다. 민주당은 산은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본사 부산 이전에 따른 ‘비효율 발생’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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